검찰 출신 변호사 1명, 전직 경찰 출신 인사 2명 지원…저조한 지원율 '검찰 출신 내정설' 때문?
정순신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근무 경력…한동훈·이원석과 '사법연수원 동기’
일선 경찰들 "검찰 출신 얘기 돌았는데, 진짜 검찰 출신 지원자 보고 우스갯 소리 아니었구나 여겨"
"초대 본부장도 지원자 다 부적절하다며 내부 발탁…결국 윗선 입맛대로 뽑을 건데 지원해 뭐하나"
'한국의 FBI'로 불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제2대 수장 자리에 지원자가 3명만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와 경찰 내부에서는 지원율이 저조한 이유로 정부가 이미 '검찰 출신' 인사를 차기 본부장으로 내정해 놨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초대 본부장을 뽑을 당시 지원자 전부를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해 결국 경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뽑은 전례가 있었는데, 이런 대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윗선의 입맛대로 뽑을 것인데 지원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원율을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18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마감한 국가수사본부장 경력경쟁 채용시험에 지원한 인원은 3명이다. 검찰 출신인 정순신(57) 변호사와 경찰 출신 장경석(59) 전 인천경찰청 제2부장, 최인석(48) 전 강원 화천경찰서장 등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정 변호사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까지 지낸 뒤 검찰을 나왔고 이후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는 2011년엔 대검찰청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윤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으로 근무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에는 인권감독관으로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수사 부서에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올해 초 국수본 본부장 채용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스갯소리로 '수사 경험 많은 검찰 출신이 오는 게 아니냐'라는 말이 나왔다"며 "그런데 진짜로 검찰 출신 지원자가 있는 걸 보고 우스갯소리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금융감독원장도 검찰 출신 인사를 기용했고, 국가보훈처장 자리에도 검찰 출신을 임명했다"며 "심지어 현 국토부 장관도 검찰 출신이더라. 차기 국수본 본부장에 검찰 출신을 내정했다는 얘기가 그저 하는 소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율은 당연히 저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헌 변호사는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런 내정설 같은 게 있었다면 지원율이 떨어질 수는 있다"며 "다만 특수본 본부장 같은 자리는 임명 절차라는 게 있기 때문에 내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임명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수사경찰은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할 분량이 방대해지고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며 "검찰 출신의 인사가 본부장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검찰 출신 내정설' 말고도 '초대 본부장 경찰 내부 발탁' 같은 전례도 지원 자체를 외면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초대 본부장을 뽑을 때 결국 5명의 지원자들을 전부 부적합하다고 보고 결국 경찰 내부에서 뽑지 않았느냐"며 "결국 윗선의 입맛대로 뽑은 과거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도 외부인사가 아닌 내부에서 뽑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원을 하지 않은 것 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수본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설립된 조직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몸집이 커지며 '공룡 경찰'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경찰청장을 기준으로 하던 기존의 중앙집권체제에서 경찰청장(국가경찰)‧자치경찰위원회(자치경찰)‧국수본부장(수사경찰) 등 일종의 삼두정 형태로 쪼개놨다.
수사를 담당하는 국수본 본부장은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에 설치된 수사 조직을 총괄한다. 경찰청장의 개별 수사 지휘도 받지 않는다. 국수본 직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급이며 임기는 2년이다. 선발 절차는 경찰법·경찰공무원 임용령 등에 따라 ▲서류 심사 ▲신체검사 ▲종합 심사 ▲경찰청장 추천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 ▲국무총리 경유 ▲대통령 임용 순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