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리미어12 당시 오타니 상대로 완패
투구수 규정 도입돼 최대한 많은 공 던지게 해야
“소용이 없는 공을 던지더라. 내가 말할 레벨의 투수가 아니었다.”
야구 국가대표에서 오랜 기간 1번 타자 역할을 맡았던 이용규(키움)는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마주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극강의 선구안과 정교한 배트 컨트롤을 지닌 이용규였기에 매우 이례적인 말이었다.
실제로 2015 프리미어12 당시 한일전 톱 타자로 출전한 이용규는 당시 일본 선발이었던 오타니와 가장 먼저 맞대결을 벌였다.
이용규는 당시를 회상하며 “초구에 시속 160km가 찍혔다. 2구는 161km, 3구째 다시 160km, 그리고 146km의 포크볼이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용규는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대표팀은 물론 이를 지켜본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오타니가 등판했던 일본과의 2경기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한일전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던 오타니는 첫 경기서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불꽃쇼를 펼치더니 다시 만난 준결승에서도 7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경기 합계 13이닝 무실점 21탈삼진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과 함께 완벽한 메이저리그 쇼케이스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그로부터 7년 뒤 다시 한 번 오타니와 마주하게 될 대표팀이다. 일본 매체들은 오는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를 전망하며 오타니가 한국과의 1라운드 2차전에 선발 출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이 속한 B조에는 중국, 호주, 체코 등 크게 경계할 팀이 보이지 않아 한일전이 사실상 조별리그 1위 결정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본은 최고의 투수를 빅매치에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타니는 지난 7년간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그의 구위는 더욱 강력해졌고 타격까지 겸업하면서 빅리그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현역 최고의 선수들로 엔트리를 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구위를 지닌 오타니는 대표팀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2015 프리미어12 때와 같이 무기력하게 물러나서는 곤란하다. 만약 3경기 연속 오타니를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면 천적 관계가 형성되며 ‘오타니 공포증’까지 동반될 수 있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편이 유리하다. 마침 이번 대회에서는 투수 보호를 위해 투구수 제한 규정이 도입된다.
경기당 최대 투구수는 본선 1라운드서 65구, 8강 토너먼트 80구, 준결승부터 95구까지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오타니를 최대한 물고 늘어진다면 5회 이전 조기 교체를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