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전경련, 경총에 통합?…위상회복 이끌려면 '김승연'급은 돼야


입력 2023.01.25 11:50 수정 2023.01.25 12:5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손경식 경총 회장 주도 흡수통합 거부감 커

재계 서열, 영향력, 연배 등 고려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연합뉴스

한때 재계 대표단체로 명성을 떨쳤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허창수 회장의 사임 의사 표명에도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한 가운데,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의 통합설까지 재부각되고 있다.


흡수통합을 피하고 독자 생존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강력한 리더가 중책을 짊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내달 23일 회원사 총회에서 허 회장의 뒤를 이을 신임 회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경련 새 회장에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으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무협)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등이 있다.


대기업 중심의 재계 입장을 대변했던 전경련의 역할을 감안하면 4대그룹 총수 중 한 명이 수장을 맡는 게 최선이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그룹이 모두 전경련을 탈퇴한 상태라 그건 불가능하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 중에서도 선뜻 전경련 회장을 맡겠다는 인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손경식 회장만 경총과의 통합을 전제로 전경련을 맡을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은 경총 회장을 맡아 종합 경제단체로 역할을 확대 개편한 이후 전경련과의 역할 중복을 이유로 줄곧 두 단체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경총 회장 직을 유지한 채로 전경련 회장 직을 겸할 경우 통합 작업이 한결 수월해진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통합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직 경총 회장이 통합 작업을 주도할 경우 전경련이 경총에 흡수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직 규모나 자산, 글로벌 네트워크, 한국경제연구원 등 산하 기관을 통한 연구·조사 역량 등을 감안하면 경총으로의 흡수통합이나 심지어 대등한 입장에서의 통합 역시 전경련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역사성이나 상징적 의미를 반영하면 더욱 그렇다. 전경련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을 비롯,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 고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 고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회장 등 재계를 대표하는 쟁쟁한 기업 총수들이 이끌며 재계를 대표했던 단체다.


반면 경총은 손경식 회장 취임 이전까지 주로 노사관계에서 사측을 대변하는 역할로 범위와 규모가 한정됐었다. 경총이 전경련을 흡수한다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경련 조직 내 반발도 큰 시나리오다.


손 회장 주도 하에 경총으로의 흡수통합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다른 비중 있는 인물을 새 수장으로 맞아야 한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으로 각각 전경련 내 혁신위원회 위원장과 K-ESG 얼라이언스 의장을 맡는 등 전경련의 이미지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경련 조직 내부에서의 평가도 좋다.


하지만 이들이 이끄는 기업의 재계 서열이 낮다는 점(코오롱 42위, 삼양홀딩스 62위)이 걸림돌이다. 재계 40위권 밖의 기업에서 수장을 맡는 관례가 이어질 경우 재계 대표단체 위상 회복은 요원해질 우려가 있다.


전경련 부회장단에서 재계 서열 10위 내에 드는 기업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뿐이다. 이들 중 신동빈 회장은 일본색이 짙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데 있어 여론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적임자로 김승연 회장이 유일하게 남는다. 김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은 이미 재계 서열 7위인데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시너지가 본격화되면 서열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 ‘큰형님’ 소리를 들을 연배라는 점도 김 회장의 역할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은 과거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등 이전 세대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인물이다. 향후 4대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을 이끄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김승연 회장이 전경련 회장 직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김 회장이 개인 사유를 들어 고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전경련 회장은 기업 총수로서 리스크가 큰 자리다. 전경련에 대한 진보진영과 노동계의 거부감이 큰 상태에서 전경련 회장 자리에 앉았다가는 향후 진보정권이 들어설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전경련 회장 임기는 2년이지만 전임 허창수 회장은 6연임하는 동안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경총으로의 흡수통합론에서 자유로워지고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재계에서의 위치나 영향력이 크고 연배도 높은 김 회장이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최태원 SK그룹 회장 취임 이후 위상이 크게 오른 것처럼 전경련도 어떤 수장을 맞이하는지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면서 “김승연 회장 본인이나 한화그룹으로서는 전경련 회장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맡아만 준다면 전경련으로서는 최고의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