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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 가격 인상?”...식품업계, 말 못할 고민에 '전전긍긍'


입력 2023.02.01 07:03 수정 2023.02.01 07:0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올해도 제품 인상요인 다분

소비자 부담 가중으로 맹비난

정부 압박까지 ‘좌불안석’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리얼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식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격 인상이 설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루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면서 부터다. 이때문에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올해도 인상요인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주요 원재료 값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올라 한계에 직면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일제히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3%가량 증가한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식품 주력 제품 가격 인상과 미국 매출 호조, 인센티브 집행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호실적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라면업계 빅3(농심, 오뚜기, 삼양식품)도 겨울철 성수기와 불황형 소비가 더해지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견조한 수준을 나타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양식품이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2600억원, 영업이익은 28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4.9%, 32.9% 늘었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이 K콘텐츠와 함께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실적 호조를 이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 기업들이 매출은 오르겠으나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고환율 등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과 가처분소득감소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 마저 얼어붙으면서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일례로 식품기업 대상은 지난해 보다 18%가량 상승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 4조원의 벽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분당과 조미료, 장류, 김치 등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 등에 힘입어 지난 4분기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지만, 1분기와 3분기 때 수익성이 떨어진 것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매일유업과 신세계푸드, 하이트진로 등도 4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점쳐진다. 매일유업과 신세계푸드는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컸고, 하이트진로는 100억 원대 퇴직급여로 일회성 비용과 광고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진 탓에 30%대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빵류.ⓒ뉴시스
◇ 식품업계, 지난해 제품 ‘두 차례’ 가격 인상…올해도 인상요인 다분


지난해 식품업계 대부분 적게는 한 번에서 많게는 두 번까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주기는 보수적으로 1년에 1번 정도에 그치지만, 원가 압박이 가중되며 가격 인상이 반복됐고, 그럼에도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과 주요 원자잿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식품 물가 상승세는 올 하반기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지난해 제품 가격을 상향 조정한 기업들이 많아 올해는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계산이 뒤따랐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러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물가 급등세 이전인 2년 전, 2021년 1분기에 식용곡물 수입단가지수가 100.6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원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원자재인 곡물은 지난해 3분기에 도입된 물량을 올해 1분기까지 사용한다. 고환율 탓에 수입단가가 뛴 영향이 반영될 것이란 이야기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4분기는 인센티브 등 비용이 더욱 들어가는 시기로 당기순이익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는 시선을 거두지 못 하고 있어 억울하다는 게 대체적인 식품 기업들의 반응이다. 기업들도 어려워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욕 먹어도 인상이 진리’라는 프레임을 씌워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함께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까지 받는다는 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는 게 기업들의 일관된 호소다.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연이어 요청한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매출원가 비중이 타 산업군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요 식품회사들의 매출원가가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원재료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구조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및 일부 원재료값이 급등 후 잠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가격 급등의 원인이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도 “실적이 좋은데 가격 인상을 한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은 억울한 측면이 크다”며 “국내 실적은 제자리걸음이고, 그나마 실적이 좋은 곳은 해외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에 불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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