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임원, 의사, 고위 공무원 등 전문직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일본 전역의 노천 온천탕(로텐부로)을 돌며 불법촬영을 하다 경찰 추적 끝에 붙잡혔다. 그룹의 우두머리 격인 50대 남성은 무려 30여년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시즈오카현 경찰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만나 이른바 '몰래카메라 그룹'을 결성해 활동해 온 A씨(31·의사), B씨(20·무직), C씨(54·무직) 등 3명을 아동포르노 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2021년 9월 미성년 여성의 알몸 동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2021년 12월 도촬 범죄집단의 리더 사이토 가린(50)을 체포한 이후 1년여에 걸쳐 일당 검거 작전을 전개했다. 그 결과 11개 광역단체(도도부현)에서 총 16명을 검거, 용의자들 가운데는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들, 민간기업 임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그동안 관계처 80개소를 수색했으며 하드디스크, PC 등 1200점이 넘는 증거물을 확보했다.
이들은 사이토를 중심으로 만남을 가지면서 몰래카메라 촬영 기술을 배우고 은어를 사용하는 등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이들은 노천탕으로부터 수백미터 떨어진 산속에서 고성능 망원 카메라로 목욕 중인 여성을 촬영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각자 분담해 촬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여성들이 온천 안에서 목욕하는 영상 담당, 여성들이 입욕 전후 옷을 입고 있는 영상 담당, 영상 하단 음란 자막 삽입 담당 등 각자 역할이 있었다. 알고 지내는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음란 행위를 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동영상은 판매는 하지 않고 그룹 내에서 '상영회'라는 이름으로 공유했다.
'도촬의 카리스마'라는 별명을 가진 사이토는 경찰에서 "20세 때부터 도촬을 시작해 그동안 100개 이상 지역에 촬영하러 다녔으며, 이를 통해 1만명 이상의 여성을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전체 47개 광역단체 중 오키나와현을 제외한 46곳에서 도촬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몰카 조직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100명 선에 이른다는 사이토의 진술에 따라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