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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욕보였다"…안철수, 尹의 역린 건드렸나


입력 2023.02.06 00:00 수정 2023.02.06 07:4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윤안연대·윤핵관 언급에 尹 분노

이준석·나경원 이어 안철수도 오판?

安 "대통령실 선거개입" 주장 파장 확대

이진복·대통령실, 공개적으로 安 비판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조였으며 또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등 윤석열 대통령의 분노가 작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분노의 배경으로는 당권에 도전 중인 안 의원이 이른바 '윤안연대'(윤석열 대통령, 안철수 연대)를 내세운 것이 지목됐다. 앞서 안 의원은 당원 간담회 등 다양한 자리에서 "함께 정권교체를 이뤘고 아무 문제 없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120대 국정과제를 완성했다"며 "유난히 잘 맞는 연대 윤안연대, 윤 대통령과 안철수의 연대"라고 강조했었다.


이는 대통령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경선 후보를 동격으로 만든 "무례한 일"이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의 요지다. 실제 윤심을 호소했던 김기현 의원도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내세워 상징성을 강조했을 뿐, 대통령을 직접 끌어들이진 않았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며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안 의원이 5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없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전언 형태의 언론 보도를 믿을 수 없으며, 참모들이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직접 국회를 방문해 "(윤안연대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말"이라며 윤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지 않음을 밝혔다. 이 수석은 나아가 "후보가 대통령과 동격이라는 표현을, 연대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특히 안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언급한 것이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이준석 전 대표가 만든 '악의적 프레임'으로 마치 측근에 휘둘리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하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윤핵관을 처음 거론한 이 전 대표는 물론이고, 소위 '친윤반장'(친윤석열, 반장제원)을 표방했던 나경원 전 의원도 대통령의 분노를 피하지 못했었다.


앞서 3일 안 의원은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한 자리에서 '윤핵관'을 겨냥해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며 "윤핵관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수석은 "일부 후보들이 대통령실의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정말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계시겠느냐. 그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와 같은 표현은 앞으로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안 의원을 겨냥한 대목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안 의원 관련 질문에 "국정 운영에 매진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참모와 또한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국정 운영 철학이 다르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TV조선에 따르면, 안 의원이 과거 간첩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신영복 교수를 위대한 지식인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을 최근 윤 대통령이 인지하고 충격을 받았다. "미리 알았다면 단일화도 안했을 것"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안 의원은 지난 2012년과 2017년 각각 MBC와 KBS 민노총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기도 했었다. 최근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언론노조와 대치 중인 국민의힘과 온도 차가 있는 대목이다.


한편 당 지도부에 '대통령실의 선거개입을 막아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던 안 의원은 대통령실의 공개 입장이 나온 이후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KBS1 일요진단에 출연해 "(윤안연대를) 쓰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셨으면 당연히 거기에 따라야죠"라며 퇴로를 열어 놓은 상태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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