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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 자금력 앞세운 세계 1위 中 면세점 등장에 ‘초비상’


입력 2023.02.07 06:48 수정 2023.02.07 09:5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인천공항 사업자 선정 시 중국 매출 타격 불가피

체력 떨어진 면세기업들 공격적 베팅 어려워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용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세계 1위 중국 면세점의 인천공항 진출 여부를 놓고 국내 면세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면세산업 매출의 70~80%를 중국 보따리상, 단체관광객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의 한국 진출이 이뤄질 경우 안방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세계 1위 면세시장 타이틀마저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자금력 등 체력이 떨어진 국내 면세기업과 달리 중국 면세기업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28일까지 인천공항 신규 면세점 사업자 입찰제안서를 접수한다.


1~2터미널을 합쳐 기존 15개였던 사업권을 통합 조정해 일반 사업권 5개(63개 매장, 2만842㎡), 중소‧중견 사업권 2개(총 14개 매장, 3280㎡) 등 총 7개 사업권이 대상이다.


계약기간은 기본 5년에 옵션 5년으로 운영하던 것을 옵션 없이 기본 10년으로 설정했고, 임대료 체계도 고정방식에서 ‘여객당 임대료’ 형태로 변경됐다.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또 기존 계약기간 중 2회 시행토록 하던 의무 시설투자를 1회로 축소했다.


면세기업들의 입찰제안서 제출 이후 평가 및 관세청 심사 등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신규사업자가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면세업계에서는 임대료 체계가 기대했던 매출액 연동 방식은 아니지만 고정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여객당 임대료 방식으로 바뀌고, 계약기간도 10년으로 연장돼 신규 사업자 입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로 업황이 부진해 예전처럼 치열한 물밑 경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영 매장이 적은 후발주자를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설명회에 중국면세그룹(CDFG) 관계자가 참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CDFG 관계자가 국내 공항 면세점 입찰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명회 참석이 입찰 참여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존재만으로도 업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기엔 충분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CDFG는 중국 국영면세기업으로 2020년 매출 기준 글로벌 1위에 올랐다.


2019년까지는 롯데, 신라 등에 밀려 4위에 머물렀지만 중국 정부의 관련 규제 완화에 힘입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순위가 급상승했다. 2020년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면세업계가 CDFG의 한국 진출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그 이후에는 보따리상이 국내 면세시장 매출의 70~80%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중국 면세기업이 인천공항에 입점할 경우 이 같은 매출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은 자국 면세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는 데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국 브랜드를 구매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때 중국 관광객과 보따리상의 최선호 면세품이었던 한국 화장품의 인기도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열기가 많이 식은 상황이다.


국내 면세업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도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해외관광 수요가 줄면서 국내 면세기업들의 자금력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자 입찰에서 입찰 가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CDFG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가뜩이나 이번 입찰에 공격적으로 나설 후보로 꼽히는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후발주자들의 경우 작년 말로 종료된 임대료 감면 정책으로 인해 당장 이달부터 한 달 매출을 고스란히 임대료로 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임대료 걱정이 덜한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이 무리해서 입찰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객당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여객 수가 늘어도 실제 면세점 매출은 더디게 회복되다 보니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CDFG가 실제 입찰 계획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설명회에 참석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견제하기 위해 당초 업계가 생각했던 것 보다 입찰가격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부분 기업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베팅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CDFG의 참여 가능성이 무리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일 기업으로는 중국기업이 1위지만 면세시장으로는 여전히 우리나라가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면서 “그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진출한다고 해도 충분히 안방 수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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