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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판 흔들기…대통령의 일탈


입력 2023.02.18 05:05 수정 2023.02.18 05:05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당, 정국을 극도의 난전으로 몰아가

성동격서 전법, 결행 각오와 의지로 무장 중

초보적 윤리의식도 망각한 광기 한국 사회 강타

대통령과 국힘, 민주당의 교묘한 판 흔들기에 여지 제공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김기현(오른쪽부터),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공정경쟁 및 선거결과 승복 서약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바둑을 둔다. 바둑이 누군가에게 다소 우세하더라도 안심하기 어렵다. 바둑의 수가 워낙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판세가 불리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은 판을 흔드는 것이다. 합리적인 수 대신 가능한 예측하기 어려운 수를 구사하여 판을 난전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그렇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은 정국을 극도의 난전으로 몰아가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의 이 전략이 나름 먹혀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국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대파란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상민 장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찬성표가 179석에 달한다. 이는 민주당 의석수 169석을 10석 이상 웃도는 수치이다. 이상민 탄핵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없다. 이상민 탄핵은 민주당의 판 흔들기의 서막에 해당한다.


이상민 장관 탄핵에서 보여준 의석 분포와 민주당의 태세는 곧바로 이재명 체포동의안으로 이어진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오는 2월 27~28일경 국회 표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당대표와 검찰 모두 양보할 수 없다. 양자 모두 너무 멀리 왔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150석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상민 탄핵 결과를 비춰 보면 쉽지 않은 숫자이다. 현재 상태로 보면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재판 결과가 끝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내년 총선은 이재명 당대표의 리더십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치러진다는 의미이다. 현재 여론 지형을 고려하면 총선에서 정권 견제론이 정권 안정론보다 높다. (1월 하순 세계일보 여론조사 정권 견제론 49.8%, 정권 안정론 43.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즉, 지금 상태에서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이긴다는 의미이다. 총선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승리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민주당은 또 다른 카드를 갖고 있다. 이른바 성동격서 전법이다. 목표는 이재명 사법처리 여부이지만 민주당은 참으로 집요하게 이상민 탄핵 그리고 김건희 특검 이슈를 키워왔다. 이 또한 불리한 바둑을 난전으로 이끄는 전형적인 판 흔들기 전략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상민 탄핵처럼 판 흔들기 전략을 실제 결행할 각오와 의지로 점차 무장해 가고 있는 점이다.


민주당의 난전 카드는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상황의 진원지는 40대이다. 40대의 여론 지형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위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정권 견제론에 동의한 40대는 무려 66.7%에 달한다. 40대를 정점으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인근 세대로 파급된다. 특징적인 것은 위로는 60대가 되어야 멈추는 반면 (50대까지는 정권 견제론이 우세하고 60대가 되어야 정권 안정론 61.8%로 우세) 아래로는 20~30대로 가도 멈추지 않는다. 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래 세대 여론은 뼈아프다. 지난 대선에서 20~30대 남자들이 윤석열을 지지한 것이 윤석열 승리의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 정치 지형의 결정적인 특징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패배했음에도 40대를 중핵으로 반윤석열 여론이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 정세의 특징은 그런 여론이 약화·이완되기보다 오히려 경화되고 결속되고 있는 점이다.


조국의 딸, 조민이 지난 2월 6일 김어준 방송에서 인터뷰했다. 조민은 시종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했고 이 방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2월 12일 12시 현재 조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1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구속 상태이고 아버지 또한 구속될 위기에 처한 젊은이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인터뷰를 하고 사람들은 그 인터뷰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초보적인 윤리의식조차 망각한 광기가 21세기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조민만이 아니다. 문재인·박지원·유시민·정청래 등 유력 정치인들 상당수도 그러하다. 그들 모두 합리적인 판단과 정치적 해법 대신 진영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는 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169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은 그런 유형의 인물들로 가득 차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경화 움직임은 그 연장선 하에 있다.


상황을 악화시킨 또 다른 주역은 재판부와 대통령이다. 도이치 모터스, 윤미향, 곽상도 재판의 난맥상은 향후 정국을 위태롭게 한다. 이유는 더 따져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재판 결과의 불안정성이 정국을 극도로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민주당이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심각했던 것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53.7%, 상당 수준 개입하고 있다. 16.7%로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이 국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고 봤다. (2월 10일 미디어토마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여론에서 지역과 세대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정국을 이끌었던 핵심 동력은 이른바 법치의 수호이다. 법 아래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이 대원칙에 국민 다수가 공명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것의 대변자로 일약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번 국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원칙을 무너뜨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탈은 진보-중도-보수에 차별화되어 나타난다. 중도-보수에서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진보에는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진보는 이재명 사법처리를 앞두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난전을 유도했다. 그들은 난전으로 몰아가면서도 그것이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대통령과 국힘이 만든 공간에서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들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을 법과 정의의 대변자가 아니라 말이 되든 되지 않든 자기 이권을 탐하는 위험한 권력자로 몰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당의 폭주를 자극하는 기름과 같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현재 국힘은 정체성을 강조하는 김기현 후보와 중도 확장성을 주장하는 안철수와 이준석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 중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정체성을 강조하면 국힘의 외연은 작아진다. 이르면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중도 확장성을 강조하면 국힘의 안정성이 약화된다.


김기현 지지자들 상당수가 정체성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또한 토론할 수 없는 아집에 가깝다. 여야 모두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에 있는 듯하다. 이 틈을 비집고 민주당의 판 흔들기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재명 체포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의 암수가 나름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파란의 초입으로 진입하고 있다. 불행한 것은 대통령과 국힘이 민주당의 교묘한 판 흔들기에 여지를 제공한 점이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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