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수박이냐" 하소연 듣더니
"문자 보내지 말라" 지지자 꾸짖어
비명계 의원 불러내 '공개적 위로'
체포안 상정 앞두고 '표 단속' 절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상정 대비 '표 단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빠르면 오는 16일 중에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비명(비이재명)계로 알려진 의원을 초청해 강성 지지층 앞에서 '공개 위로' 하는 이벤트까지 벌였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오후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긴급히 마련한 소통 행사를 가지며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을 '깜짝 초청' 했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의 현장대변인을 맡았지만,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고언을 하다가 관계가 멀어졌다는 평을 받아왔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강성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이소영 의원을 향해 "요새도 '수박(이 대표에 비판적이거나 합리적 노선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강성 지지자들이 폄하하는 멸칭)'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재명이네 마을(이 대표 네이버 팬덤정치카페)'에서 '수박 랭킹'을 매기는데 내가 1등에 올라 이해가 안되고 억울하다"며 "'수박'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 대표는 "문자폭탄을 보내고 '수박 랭킹'을 매기면 랭킹에 든 사람들이 (나를 원망하지) 누구를 원망하겠느냐"며 "결국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고 다 떨어져나가 (우리가) 소수가 된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강성 지지층들을 향해 "내부 균열은 절대 안된다. 좀 부족해보이고 달라보여도 용인해야 한다"며 "(문자폭탄, '수박' 공격 등은) 하지 말아달라. 내게 '찢'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것"이라고 나무랐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비명계 의원까지 초청해 대담을 나누면서까지 강성 지지층의 자제를 촉구한 것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상정이 초읽기에 돌입해 동료 의원들의 한표 한표가 구속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저해하는 강성 지지층의 행태가 자칫 자신을 구치소로 보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169석 민주당 똘똘 뭉쳐야 부결인데…
강성 지지층이 李 구치소에 보낼 위기
"'수박 랭킹' 매겨봤자 나만 원망받아
당은 군대 아니라 '다름' 전제하는 조직"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경우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민주당 밖 의석은 극히 드물다. 115석 국민의힘은 전원 찬성이 확실하며, 6석 정의당도 체포동의안 찬성 당론이 예상된다. 1석 시대전환도 찬성이 유력하다. 이 대표에게 확실히 우호적인 민주당 밖 의석은 무소속 7석 중 민형배·윤미향 의원 정도로 분석된다.
결국 169석 민주당이 '반란표'를 최소화한 채 똘똘 뭉쳐야 하고 이 대표도 이같은 '표 결집'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강성 지지층의 행태가 번번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몇 차례 SNS를 통해 "이재명의 이름으로 이재명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는데도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 마침내 유튜브 라이브 대담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는 "당은 군대와 같은 조직이 아니며 다름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압박 문자를 보내면 받는 사람이 '아, 무서워. 시키는대로 해야지' 이러겠느냐. 반대로 가는 자의식이 있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아울러 "제일 중요한 것은 단합이고 원팀"이라며 "다르다고 비난하고, 선긋고, 싸우면 나중에는 결국 나밖에 안 남는다. '왕따' 됐다는 뜻"이라고 호소했다.
내년 총선 공천을 놓고 현역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인위적 물갈이 △내리꽂기 △홍위병식 의원 평가는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이재명 대표는 "내년 총선을 지지 않으려면 균열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시스템 공천의 평가 기준을 웬만하면 바꾸지 말고, 룰도 웬만하면 손대지 말고, 변화를 줄 때에는 의견을 다 취합해 결정하자는 방침을 줬다"고 소개했다.
공천을 앞둔 현역 의원 평가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당원평가'가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넣으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얼마나 그렇게 생각하겠느냐"고 거리를 뒀다.
나아가 "지역구에 새로 나타난 분이 '이재명 대표가 보내서 왔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내가 보낸 사람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