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성과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
전장사업 각별한 애정 JY…'퀀텀점프' 위해 추가 투자 관심
삼성이 올해 전장부품 사업에 힘을 줄 지 주목된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OLED, MLCC, 배터리 등 주요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정조준해 경쟁사들의 기술 개발과 추가 투자 시계가 빨라지는 가운데, 삼성 역시 전장부품 '퀀텀점프'를 위한 M&A(인수·합병), 지분 투자 등의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하만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전장부품 사업에서 견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차량용 반도체·OLED, 배터리, 디지털 콕핏 등을 양산하며 대형 고객사와의 거래를 늘리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부터 모빌리티 솔루션까지…전장에 공들이는 삼성전자
먼저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빠른 전기차 확산과 함께 인포테인먼트 및 자율주행 시스템도 매해 업그레이드되면서 반도체 교체 주기가 단축되고 있는 추세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고성능 SSD, 그래픽D램 등 첨단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을,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통신칩,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전력관리칩(PMIC) 등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2021년엔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를 출시해 이미센서 제품 라인업을 확충했으며, 같은 해 LED 광원 기술을 집약한 차량용 LED 모듈 픽셀 LED를 내놓으면서 지능형 헤드램프(ADB)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부품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전장 시장 성장 속도가 매해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는 2028년까지 연평균 13.4% 성장세가 전망된다. 완성차 성장세가 3%인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다.
특히 차량에 탑재되는 그래픽 D램(GDDR) 매출은 2021년 200만 달러에서 2028년 1억 달러로 높은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확산에 발 맞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탑재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하만과 '레디 케어(Ready Care)'와 '레디 튠(Ready Tune)'을 공개하며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한 '레디 케어'는 차량이 운전자의 상태 변화를 인지하고 최상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작동시키는 안전 운전 지원 솔루션이다.
차량 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표정, 시선, 눈 뜬 정도 등을 감지함으로써 운전자의 시야와 인지 능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교통 체증, 날씨 변화 등 실시간 스트레스 요인을 감지해 운전자의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경로를 제안한다.
하만은 몰입감 있고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사운드 경험을 제공해 운전자의 기분 좋은 주행을 돕는 카오디오 솔루션인 '레디 튠'도 선보였다. CES 현장을 찾은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레디 튠을 인상깊게 봤다"며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MLCC·차량용 디스플레이·배터리에서도 성과 지속
삼성전기는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돼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IT 수요 약세 및 고객사 재고 조정 악재에도 고부가 MLCC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출하량이 늘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4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내연기관 대비 3배 수준의 MLCC가 채용되는 전기차는 전년 보다 30% 이상 판매 증가를 예상한다"면서 "레벨2 이상 ADAS 기능을 탑재한 차량 보급도 지난해 보다 20% 가까이 확대되는 등 전장화 트렌드는 올해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장 시장 호조에 발 맞춰 삼성전기는 인포테인먼트, ADAS용 뿐 아니라 파워트레인용 고온·고압품 라인업도 시장 수요에 맞춰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자율주행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변화하는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겨냥해 자동차용 신제품 '뉴 디지털 콕핏'을 처음 공개했다.
이 제품은 34형과 15.6형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좌우로 긴 형태의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석)용 디스플레이다. 화면 좌우가 700R로 구부러지는 벤더블(Bendable) 기술을 탑재해 드라이빙 모드 시 운전자에게 적합한 최적의 시청 거리를 제공, 주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도 고부가 가치 제품 P5(Gen.5) 판매호조에 힘입어 올해 실적 경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업계가 주목하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면서 신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전장사업에 각별한 애정 JY…올해 '승부수' 관심
삼성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미래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통해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곳에서는 삼성전기가 밀고 있는 전장용 MLCC와 FCBGA(서버형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한다.
이달 초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본뒤 경영진들과 IT기기용 디스플레이, 전장용 디스플레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장사업 육성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삼성이 경쟁사들을 누르고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M&A, 지분 투자 등에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부품사 하만 인수 이후 굵직한 빅딜이 없는 상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입지 확대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퀀텀 점프를 하려면 관련 기업 인수를 우선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가 있다.
인피니언과 NXP는 차량용 반도체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들이다. NXP의 경우, 미국 오스틴에서 공장을 가동한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삼성전자와의 M&A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장사업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삼성이 이들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업체에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공략하는 것이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유리하다"면서도 "전장부품 계열사를 중심으로 추가 투자를 강화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