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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개정, 휴재권 보장에도…갈 길 먼 웹툰 작가들 환경 개선


입력 2023.02.24 14:01 수정 2023.02.24 14:0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웹툰, 웹소설 플랫폼은 성장하고,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으로도 활발하게 활용되며 K-웹툰, 웹소설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은 더 많은 분량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었다.


이에 업계에서도 노력에는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물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도 나서 작가들의 계약서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웹툰 산업의 건강한 환경 조성에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작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작가 창작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민지희 한양대병원 전문의는 설문조사 결과 웹툰 작가들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 비율이 현저히 높다고 밝혔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웹툰 작가 가운데 우울증 기준을 초과한 비율은 28.7%로 나타났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한다는 응답은 17.4%로, 전체 평균(10.7%)보다 높았다. 설문 대상의 31.6%가 정신적인 지침이 항상 있다고 답했고, 항상 있는 육체적 지침을 호소한 경우도 29.4%였다.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는 2022년 1조 5000억 원을 돌파했다. K-콘텐츠 신드롬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퀄리티 높은 웹툰을 생산해내는 작가들의 환경은 오히려 점점 열악한 상황이 되고있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회당 50컷이 평균 수준이었다면, 지금 회당 70컷에 풀 컬러가 기본이 되는 등 오히려 전보다 높은 업무 강도를 느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던 것.


이에 지난해 출범한 웹툰상생협의체는 더욱 의미가 컸었다. 웹툰 작가들의 건강권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플랫폼과 함께 논의하며 시스템을 개선하고 또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체부가 웹툰 작가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회사, 제작사(CP) 등으로 구성된 웹툰상생협의체와 협의 끝에 계약서 초안 비롯한 상생 협약문을 작년 12월 발표하고, 최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이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계약서 개정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서상 '작가 복지 증진' 조항을 신설하고 ‘휴재권’과 ‘분량’ 등 조항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여성만화가협회 등 창작자 단체는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웹툰 시장은 플랫폼-제작사-창작자로 3자 이상의 다중 계약구조가 주를 이루는데, 초안에는 3자간 계약서와 플랫폼·제작사 간의 계약서 등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창작자 당사자의 계약이 공정하게 잘 이뤄졌더라도, 제작사가 플랫폼과 맺는 계약이 그렇지 않으면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기 힘들다는 것. 이 외에 창작자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휴식권을 포함해 많은 부분들에 ‘합의’라는 모호한 단어들이 남용되고 있으며, 투명한 정산 내역 공개를 원했음에도 유·무료 조회수, 코인당 금액 등 세부적인 내용이 추가되지 않는 등 개선돼야 할 지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웹툰작가노조 하신아 위원장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발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하 위원장은 “상생협의체에 준한 계약서를 만들었고는 하지만, 카카오에 서비스 중인 작가들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이들의 논의 과정에 창작자들이 포함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물론 기본 분량을 50컷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의 발표에 대해서는 “이런 부분은 환영”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으나, “상생협약문에는 모든 일들을 플랫폼 제작사 창작자 각 당사자들의 협조 하에 해나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카카오 직계약 작가들도 받아보지 못한 개정안이 도대체 어떻게 상생협의체 준수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측에서도 말하는 것이지만, 이전에도 작가가 휴재를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는 활용하기가 힘들었던 것처럼, 이것이 실제 작업 과정에서 원활하게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여전히 작가들은 을이지 않나. 디테일한 조항 등을 통해 작가들의 권리를 진짜 보장해 주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허울만 좋은 제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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