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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동결에도...여전히 불확실성 큰 증시


입력 2023.02.23 16:32 수정 2023.02.23 17:2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인플레 둔화 느려지며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

치솟는 환율로 상승장 주도한 외인 이탈 우려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무역수지 적자 악재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인상 행진이 멈췄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향후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해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가 상존한다.


여기에 더해 치솟는 환율로 인한 외국인 수급 변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지정학적 리스크,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 수지 적자 등도 증시를 뒤흔들 다양한 변수들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1.41포인트(0.89%) 오른 2439.09에 마감했다. 2430선을 회복하며 출발한 지수는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진 뒤 추가 상승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4월부터 7번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춰섰다.


하지만 이번 동결은 물가 상승률 보다는 부동산 경기 등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인 만큼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금리 인상의 종결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여전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6.4%에 달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고 이어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6.0% 오르며 시장 예상치 5.4%를 크게 상회했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올고 있다. 한국은행이 앞서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0%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7월 4.7%까지 올랐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 3.8%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다시 오르면서 4개월 만에 4%대로 회귀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지난 1년간의 물가상승률도 5.2%로 전월 대비 0.2%p 올랐고 물가수준 전망도 15로 전월 대비 2p 상승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를 감안한 듯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이번) 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장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해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긴축 기조 연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시에는 분명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오는 24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물가 지표 중 하나다. 특히 내달 21일(현지시간)과 22일 양일간 열리는 3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의 결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지만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발표될 물가 관련 지수가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 금통위가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을 우려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3월 FOMC 회의에서의 연준의 결정이 다음 금통위(4월11일)에서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증시에서 인플레이션이 장기적 관점에서 영향을 미칠 변수라면 환율은 바로 작동할 수 있는 트리거(Trigger·방아쇠)다. 지난달 1270원대에서 1230원대로 내렸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들어 다시 130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9원 내린 1297.1원에 마감하며 하루만에 13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0원 오른 1304.9원에 마감하며 지난해 12월 19일(1302.9원) 이후 두 달여 만에 종가 기준으로 1300원을 넘어섰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은 연초 상승장을 이끌던 외국인 수급에 당장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인해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결국 국내 주식을 매도해 원화를 달러로 환산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로 환산시 금액이 작아지면서 환차익 효과도 줄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만큼 외국인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4일로 1년째를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양국이 나란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 상황이 상호 양보를 통한 휴전 보다는 전쟁 승리에 더 무게를 둘 수 밖에 없어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 수지 적자 등 실물 경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46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적자로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연초 예상을 뛰어넘은 상승을 구가해 온 증시의 향후 방향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의 차익거래를 제외하면 뚜렷한 수급 주체는 없는 상황으로 주가 반등 대비 현물 수급은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스피지수 횡보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순환매 주기가 짧아지고 변동성이 높아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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