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명시・은행판 횡재세 등
“규제보다 리스크 관리에 초점”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공공재 비판에 정치권도 은행권 때리기에 나섰다. 여야를 막론하고 은행 규제 법안을 발의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고금리 기조에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은 인정하면서도, 경제 불확실성 속 규제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을 겨냥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법에 ‘공공성’을 못박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았다. 은행법 1조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공공성을 명시한 것이다.
공동발의자는 구자근·김성원·김형동·박대수·윤창현·이명수·이인선·전봉민·황보승희 등 9명의 같은 당 의원들이다. 김희곤 의원은 “공공성이 큰 은행의 사익이 커지면 그에 상응하는 공익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은행은 정부 인가 없이 할 수 없는 신용창출의 특권에 국민을 채권자 집단으로 하고 있고, 국가경제 순환의 핵심기능인 자금공급을 담당하고 있어서 공공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고정금리가 갑자기 인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신거래기본약관 제3조 3항에 따르면 고정금리로 신용공여를 받은 경우에도 국가경제의 급격한 변동 등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이 생기면 은행이 신용공여 금리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한 지역신협에서 이를 근거로 2.5%고정금리를 4.5%로 한 번에 인상해 통보하며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은행법 27조3항을 개정해 은행이 고정금리로 대출계약을 체결시 ‘국가의 외환유동성 위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한 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이 고정금리를 변경할 때도 대출자에게 구체적 근거를 제공토록 했다.
은행판 횡재세법도 곧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 초과이익에 대해 초과이득세를 물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은행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년도 평균 소득금액을 넘어서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고금리로 별다른 노력없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얻은 은행들이 이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야당은 최근 윤 대통령이 은행 수익을 국민과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언급한 발언을 두고, 횡재세 논의에 화답하는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에서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긴급민생회복프로젝트 첫 입법과제로 '서민금융법 개정법률안' 발의했다. 서민금융정책 상품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권의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 비율을 현행 0.03%에서 0.06%로 2배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금은 약 2300억원이며 이중 은행은 1100여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부정적 기류마저 흐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니 은행권 때리기로 시선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며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였다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면, 막대한 손실이 났을때는 따로 보전을 해주는 것인가. 포퓰리즘식 접근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권 교체기와 맞물리며 은행권에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런 노골적인 관치는 없었던 것 같다”며 “사회공헌이나 고통분담해야 하는 수준을 아에 법으로 정해줬으면 차라리 합리적일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때 정부와 금융당국의 요청에 화답해 대출만기 연장, 이자유예 등 금융지원을 한 결과 대출 자산이 증가한 부분도 있다”며 “올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충당금 확대나 연체율 문제 등 리스크 관리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