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락(Pitch clock)’이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노스포트 쿨투데이 파크에서 펼쳐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보스턴 레드삭스의 2023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6-6 팽팽히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칼 콘리(애틀랜타)는 상대 투수와 풀카운트 접전 중이었다.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긴장되는 순간, 콘리는 갑작스러운 구심의 콜을 듣고 ‘투수의 피치클락 위반으로 볼넷이 선언된 것’으로 착각해 1루로 걸어 나갔다.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구심이 선언한 것은 타자의 피치클락 위반이었다. 이유는 콘리가 8초 이내로 타격 준비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올라가며 삼진 처리됐고, 9이닝 경기는 6-6 무승부로 마침표가 찍혔다.
시범경기 이틀 만에 이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허무한 결말에 애틀랜타 선수들은 잠시 항의를 했지만, 피치클락 룰이 적용된 것을 파악하고는 이내 들어갔다. AP통신은 "(피치클락 룰이)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극적인 시나리오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MLB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올해부터 피치 클락이라는 새 규정을 도입했다.
포수 뒤 백스톱에서 커다란 초시계가 작동한다. 투수는 주자 없을 때 15초 이내, 주자 있을 때 20초 이내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타자도 8초 이내 타석에서 들어서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투수가 시간을 위반하면 볼 카운트, 타자가 시간을 위반하면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올라간다.
대부분의 감독들과 선수들은 생소한 룰에 따른 불편함을 인정하면서도 “적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대기 타석에서 타석까지 천천히 가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룰에 따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고, 마운드와 타석에 동시에 오르는 날도 많은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나에게 분명 큰 걸림돌인 것은 맞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 기간)잘 적응해 시즌 중 문제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는 지루하다”는 젊은 세대들의 반응과 함께 지속적인 인기 하락으로 고민에 빠진 MLB 사무국은 경기 시간 단축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도모하기 위해 각종 규정을 손보고 있다. 피치클락 외에도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장 등 2023시즌 새 규정을 확정했다. 시범경기부터 신설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의도대로 경기 시간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의 미래를 위해 규정을 신설하는 사무국과 적응에 나선 선수들의 발버둥은 스피드업 과제를 안고 있는 KBO리그에도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