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담당 피고인, 학사지침 위반 이유로 해임…행정소송 제기
재판부 "학교 공식 플랫폼 상에선 수업일수 및 시간 미달로 기록"
"정상적으로 수업했는지 검증 어렵지만…메신저에 따로 적시"
"학생들 학습권 침해했거나 직무 책임 소홀했다고 보기 어려워"
학교에서 지정한 강의 플랫폼을 쓰지 않았던 교수가 해임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학교의 징계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6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최근 사립대 교원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심사청구 기각 결정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영어 과목을 전담하는 A 씨는 2020학년도 1·2학기 수업 과정에서 '학사지침을 위반해 직무를 태만히 했다'는 사유로 이듬해 8월 해임됐다.
당시 학교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강의를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했다. 교원들에게 원격수업 플랫폼인 '블랙보드'를 쓰도록 했으며, 다른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강의 영상 등을 블랙보드에 올려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A 씨는 블랙보드를 활용한 수업 일수와 시간이 학칙상 기준치에 미달했다. 다른 플랫폼에서 수업했음을 증빙하는 자료도 따로 올리지 않았다.
A 씨는 징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에 해임처분 취소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학교의 해임 처분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학교의 공식 온라인수업 플랫폼인 블랙보드 상에선 A 씨의 수업일수와 시간이 미달한 것으로 기록됐다"며 "학교에선 A 씨가 정상적으로 수업했는지 검증하기 어렵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줌, 행아웃, 팀스피크 등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 수강생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수업했고, 강의 중 자신의 영어 발언은 카카오톡 메신저에 따로 기록해뒀다"며 "이렇게 진행한 수업 시간을 포함하면 학칙상 기준을 충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A 씨가 학생들의 학습권 자체를 침해했다거나 교원으로서 기본적 직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학교는 해임보다 가벼운 처분으로도 징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