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이 먼저다.”
김하성(샌디에이고)과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모두 호주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호주와의 1차전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6~7일 치른 평가전 내용과 결과(1승1패)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대표팀 관계자들이나 선수들은 호주전만 바라보고 있다.
평가전을 마친 뒤 일본 언론들의 한일전 질문이 나와도 “한일전(10일) 보다 호주전(9일)이 먼저”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김하성과 이정후는 “일본과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호주전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월 이강철 감독이 전력 파악을 위해 호주로 출국할 때도 “호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호주도 한국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한다. 선수들 하나하나 잘 분석해 준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야구대표팀은 WBC 1라운드 B조에서 호주-일본-체코-중국을 상대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체코-중국에 크게 앞서고, 오타니 쇼헤이·다르빗슈 유 등 빅리거들과 일본프로야구 최정상급 선수들이 가세한 일본과 비교하면 밀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결국 한국과 호주가 8강 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신칸센을 타고 도쿄에 도착한 대표팀은 9일 오후 12시 WBC 1라운드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WBC 초대 대회 4강, 제2회 대회서 준우승까지 차지한 것과 달리 호주는 단 한 차례도 1라운드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상대전적에서도 압도적 우위다. 한국 야구는 호주를 상대로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서 7회 콜드게임 승리, 2013 WBC 1라운드에서 완승 포함 8연승을 달리고 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출신 선수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호주 야구대표팀에서 현역 메이저리거는 내야수 에런 화이트필드(LA 에인절스)뿐이다. MLB 올스타에 세 차례나 선정된 투수 리암 헨드릭스(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합류하지 못했다.
모든 면에서 앞서는 한국 야구가 못 넘을 팀은 아니지만, 호주가 꾸준히 WBC 무대를 밟고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은 첫 경기 상대라는 점이다. 한국 야구는 WBC에서 첫 경기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두 차례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했는데 첫 경기 패배가 결정타였다. 2013 WBC에서는 네덜란드에 져 호주-대만을 이기고도 탈락했고, 2017년 WBC에서는 이스라엘에 패하고 네덜란드에도 져 2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뒤집어썼다.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당하며 야구팬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들었던 한국 야구는 이번 WBC를 통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위업의 감격을 안긴 축구대표팀을 떠올려도 이번 WBC에서의 결과는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결과가 우선시되는 국제무대인 만큼 첫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제무대 첫 경기에서는 당일 컨디션과 집중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호주전에서 꼬이면 한일전도 어렵다. 호주전에서 화끈한 출발을 알린다면 한일전도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호주전은 트라우마와 굴욕을 떨쳐낼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