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상환 부담·주택경기 부진 등 영향
국내 민간소비 회복세가 글로벌 주요국 대비 더디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계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위축된 주택 경기의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으면서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국별 비교를 통한 소비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국가별 민간소비 회복세가 차별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지난해 방역 해제 이후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 속도가 빨라졌지만, 팬데믹 이전 추세를 하회하는 상황에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대규모 정부 지원에 따른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견조한 소비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 지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와 완화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회복세가 둔화했다.
향후 한국의 소득 회복세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팬데믹 이후 한국은 미국보다 노동 공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수요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서다.
다만 주요국과 달리 한국의 초과저축은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향후 소비재원으로 활용돼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높은 초과저축 증가세는 한국이 주요국보다 리오프닝 시기가 늦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원리금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소비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 주요국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크게 높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주택 경기도 주요국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따른 역자산효과와 이주 시 수반되는 내구재(가전·가구 등) 소비 위축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태희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우리나라는 원리금상환 부담 증가, 주택 경기 부진의 부정적 영향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민간소비 증가세가 전년 대비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간 축적된 가계저축 등을 감안하면 급격한 위축 가능성은 크지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