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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 반 채운' 尹정부…日이 남은 절반 채울까


입력 2023.03.11 00:00 수정 2023.03.11 00: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정부, 日 피고 기업

판결금 기여 가능성 열어둬

전문가 "많은 기대는 금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 가운데 "물컵의 반 이상을 채웠다"며 일본 측 호응을 촉구했다.


윤 정부가 국내 정치적 부담을 안고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한 만큼 일본 정부 및 기업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한다는 취지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평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외신기자들을 만나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 의무를 지게된 일본 피고 기업들의 '기여 방안'과 관련해 "양국 경제계간 논의되는 '미래기금(가칭)'에 대한 (일본) 피고 기업들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대법원 판결금을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하게 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일본 피고 기업들의) 참여는 단기간 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문이 열려있고 일본 정부도 민간기업 기여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며 "한일관계가 진전됨으로써 '열려있는 문'을 통해 (일본 피고 기업들이 재단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닫지 않았기에 좀 더 장기적 기대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대신 변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 의무가 있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재단 기금 조성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는 게 외교당국 판단이다. 대신 피고 기업들은 재단 기금과 별개로, 한일 재계가 함께 마련키로 한 '미래기금'에 자발적으로 출연할 전망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향후 한일관계가 진전될 경우 일본 피고 기업들의 재단 기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을 맡고 있는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EAI 보이는 논평'에서 물컵의 반을 채운 윤 정부가 "전향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이제 일본이 나서서 나머지 반을 채워 달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어렵다'고 본다"며 "일본이 취할 조치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 정치 지도층은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집권세력은 한국이 물컵의 반을 넘어 80%를 채울 경우, 나머지 20%에 대해 호응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윤 정부 해법 제시에 따른 한일관계 개선 모멘텀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며 104년 전 기미독립선언서를 곱씹을 때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무신(無信)과 소의(少義), 즉 '일본의 신의 없음과 의롭지 못함을 책망할 겨를이 없고, 우리는 우리의 신(新)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기미독립선언서 내용을 정확히 지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한국이 북한 비핵화와 인도·태평양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더 개방적이고 '회복력 있는(resilient)' 국제 경제질서를 회복해내는 데 있어 한일관계가 장애물이 되면 안 된다"며 "우리 국익을 위해 한미일 협력을 해야 하고,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협력체인 쿼드(Quad)를 잘 활용해야 하고, 다자 무역질서 및 다자 무역협정들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곳에 일본이 관여하고 있고, 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금 좀 마음에 안 들고 좀 모자란다고 해도 점진적으로 (한일) 협력을 넓혀 가야 된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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