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취임인사 차 이재명 예방
이재명, 여야 공통공약추진단 제안
김기현 "제안 들었으니 검토할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취임 인사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두 사람은 모두 "민생"을 외치며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첫 상견례 자리였던 이날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민주당 대표 회의실을 찾아 이 대표와 만났다. 국민의힘에선 이철규 사무총장·유상범 수석대변인·구자근 비서실장이, 민주당에선 조정식 사무총장·안호영 수석대변인·천준호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존경하는 우리 이재명 대표님께서 환대해주셔서 감사 말씀드린다"며 "당선 직후 많은 기자들이 '이재명 대표님을 찾아뵙겠냐'고 물어봐서 '당연히 찾아 뵈어야지요'라고 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당선 직후 빠른 시간 내 뵐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 대표가)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잘하기 경쟁해 보자'고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봤다. 전적으로 100%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이라는 것이 원래 추구하는 가치도 좀 다르고 방향이 다른 건 사실이지만 민생 문제나 국가 안전 보장과 같은 국민 삶을 지키는 기본적인 문제에는 마음을 늘 같이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특히 반도체 K-칩스법 관련해선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3월 국회 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결단에 대해 평가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당이 비상체제였다 보니 여야 대표 간 대화가 원활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체제를 복구했기 때문에 자주 찾아 뵙고 또 시간되면 찾아오시기도 하면서 격주 단위로 한 번씩 만나든지, 식사를 해도 좋고, 다양한 형태로 대화 채널을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 대표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민생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의 역할이라고 저희도 생각한다. 정치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쟁이 아니고 국민 삶을 챙기는 경쟁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최근 경제 상황도 매우 어려워지고 국민 삶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여야가 입장을 떠나서 국민 삶을 개선한데 어떤 것이 더 시급한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들을 찾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누가 더 국민 삶을 개선하는 일을 잘하는가를 경쟁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정부·여당에서 제시하는 안건들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퇴행적이거나 잘못된 게 아니라면, 더 나은 국민 삶을 만드는 것은 언제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공개 발언이 끝난 후 기자들이 퇴장하자 이 대표는 김 대표를 향해 "국회 국민의힘과 민주당 기자들이 다 모인 것 같다"며 "우리 김기현 대표님을 보러 많이들 오신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김 대표는 "양당 대표가 모여서 많이들 오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민감한 현안들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민생 문제 최우선 해결을 위해 앞으로 자주 만나 소통하자고 이 대표께 요청드렸다"며 "당 대표끼리는 수시로 만나고 자주 보자고 했다. 정책위의장도, 정무라인도 자주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공통공약추진단에 대해선 "제안을 들었으니 검토를 해봐야겠죠"라고 했다.
지난 2021년 두 사람이 각각 민주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절에 오갔던 '봉고파직 (관가의 창고를 봉하고 파면함)', '위리안치(죄인을 귀양 보내고 울타리 친 집에 가두는 형벌)' 관련 이야기도 오갔다.
당시 이 대표는 "김기현 원내대표에게는 봉고파직에 더해서 저기 저 남극 지점에 위리안치를 명하도록"이라고 말했고, 이에 김 대표는 "위리안치 갔다가 빠삐용처럼 탈출해서 오겠다. 대선 후보로 나서기에 앞서서 먼저 인성과 개념부터 챙기시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김 대표는 "제가 (이 대표에게) '봉고파직', '위리안치'를 말하니까 웃으시던데"라며 "전에 경쟁하던 시절과 달라서 당 대표가 되면 서로 지켜야 될 선도 있고, 소통과 공감을 넓혀야 하니까 과거 얘기로 논란을 벌일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가 화기애애 했냐'는 질문에 "당선 후에 첫 방문이시기도 하고, 민생에 관해 열심히 하시겠다고 하셔서 우리는 국민의 삶에 관계된 것이라면 얼마든지 협조한다는 말을 나눴다"며 "첫 만남이니까 서로 덕담 많이 나눴다"고 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대표가 '여야 대표 간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해 이 대표도 여야 간 협력을 위해, 민생을 위해서라도 자주 보자며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