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입법절차 돌입…첫삽뜨기까지 '산 넘어 산'
법안 내용 둘러싼 주민 반발 여전
"일률적 통합재건축, 사유재산권 침해"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공개된 지 한 달 남짓 흘렀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법안 발의는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는 데다 특별법 내용을 둘러싼 주민들의 갑론을박도 계속돼 실제 사업이 본격화 하기까지는 상당 시간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명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보고 받고, 향후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법안 내용은 지난달 7일 당시 국토부가 발표한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를 '노후계획도시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혜택을 부여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다.
특별정비구역 지정 요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국토부는 아파트 4개 단지를 복합개발하는 경우를 예시로 든 바 있다. 사실상 정부의 혜택을 받아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선 여러 단지를 묶어 '통합 재건축'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미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와 인접해 통합 재건축에 나서기 어려운 단지들은 특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의 혜택이 재건축에 집중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그나마 통합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들은 각종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법정 동의율을 맞춰 사업에 나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단 볼멘소리가 나온다. 1기신도시범재건축연합회(범재연)에 따르면 분당의 경우 130여개 노후단지들 가운데 통합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20여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특별법 내용이 최초 공개된 당시에도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으나, 동일한 내용으로 국회에 전달된 것이다. 원희룡 장관은 주민 의견 수렴이 미흡하단 지적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더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우식 범재연 회장은 "이미 정비구역 지정을 마쳐야 했는데 지난 정부에서 두 손 놓고 골든타임을 놓친 거 아니냐"며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또 단지마다 이해관계가 다른데 통합 재건축을 선택이 아닌 강요한다는 건 개인 사유재산권을 상당 부분 침해하는 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분당만 해도) 물리적으로 통합이 불가능한 단지들이 40~50개에 이를 텐데 이들 개별 단지도 재건축 추진 가능성을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MP 동석 하에 정부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했는데 국토부는 그런 의지가 없는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별법과 관련한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만큼 실제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단지마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정부가 신속하게 노후도시 재정비를 도모하겠다며 굳이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법안을 마련한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법안 내용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봐야겠지만,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이 없다면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개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나서는 등 이탈하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