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회의 발언 통해 공개적 경고
재발시 윤리위 소집 및 자격평가 불이익
당 안팎 '유약한 리더십' 지적 일축
조수진 "무거운 책임감 느껴" 사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당 지도부 인사들의 설화와 관련해 "국민과 당원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칼을 빼들었다. 김 대표는 그간 페이스북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왔지만, 공식 석상에서 공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김 대표는 "이 시각 이후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거나 당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의 권한을 보다 엄격히 행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아가 김 대표는 "당 윤리위를 조속히 구성하고 엄정한 윤리 규정을 확립하겠다"면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에 대해서는 차후 자격 평가시 벌점을 매길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 공천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양희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다음 위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사실상 정지 상태다.
국민의힘 지도부 설화 논란은 전당대회 직후 김재원 최고위원의 입에서 시작됐다.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한다"는 발언으로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까지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해명해야 했다. 또한 미국 강연에선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후 "전광훈의 '전'자도 꺼내지 않겠다"며 사죄했으나, 논란이 식기도 전에 "4·3은 3·1절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해 폄하 논란에 휩싸였다. 국경일과 기념일의 성질상 차이를 굳이 '격'의 높낮이로 표현해 비판의 소지를 제공했다. 이 일로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해 최고위 참석과 언론 인터뷰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이 또 논란이 되며 김 대표의 주름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조 최고위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쌀 소비 촉진 방안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를 거론했다가 비난을 자초했다. "4·3 사태는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태영호 최고위원까지 포함하면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3명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셈이다.
여기에 더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미지근한 자세로 당을 운영하면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게 요지다. 김 대표가 윤리위와 공천 불이익까지 거론하며 칼을 빼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고려한 듯 김 대표는 이날 "'안정 속 개혁'을 모토로 체제를 정비하고 민생 최우선 정책을 실행하면서 내일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총선 승리에 장애 요인이 되면 누구든지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거듭 의지를 다졌다.
한편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경위야 어찌 됐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에 대해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최고위원은 "(밥 한 공기 비우기는) 회의에서 개진됐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민생을 위해 예산이나 법률안 없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것이 정쟁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언론이 가장 문제'라고 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따져주지 않는 데 대한 개인적 원망이었다"며 "나도 사람인데, 죄송하다"고 사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