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최근 급등세 거듭
국내 시장 ‘슈거플레이션’ 공포 엄습
기업‧소비자 모두 식료품값 급등 우려
국제 설탕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거듭하며 식품외식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의 전 식품에 사용되는 설탕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식료품 줄인상’을 피할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가와의 전쟁’에 마지막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원당(설탕 원료)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파운드당 24.85센트까지 올라 201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3월 설탕 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비교) 역시 127.0으로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설탕값을 뛰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날씨’다. 악천후로 주요 생산국들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 인상을 불러왔다. 브라질 다음으로 원당 생산량이 많은 인도는 최근 주요 생산지인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닥친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원당 생산에 차질을 빚은 최대 생산국 브라질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사탕수수를 설탕 뿐만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생산에도 쓴다는 점이 변수다. 유가가 오르면서 설탕보다 대체 연료인 에탄올을 만드는 데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설탕이 대부분 식품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재료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주요 재룟값이 크게 치솟은 상태에서 설탕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계란 가격 급등만큼이나 서민들의 밥상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했고, 이 영향이 국내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국내 주요 라면회사 4곳이 지난해 하반기 순차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당장 우려가 깊은 곳은 외식업계다.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영업 환경이 퍽퍽한 상황에서 부담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제과·제빵 등 설탕을 주원재료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기본 식재료값 마저 줄줄이 인상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 소식만 들리고 있으니 죽을 맛”이라며 “당장 최저임금에 공공요금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설탕가격까지 오르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설탕 가격이 들썩이면서 관련 식품업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원당 원가 비중이 높은 탄산음료나 주스를 생산하는 음료 제조업체의 경우 지난해 가격 인상을 한 상황이지만 이대로라면 또 다시 가격 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의주시 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조사들은 미리 제당 회사와 가격 협상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설탕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제품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이미 외식 품목이 죄다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비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품목인 데다, 사실상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
실제로 외식물가의 오름폭은 이미 심상찮다. 외식물가는 지난해 5월(7.4%)부터 7%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외식 물가 상승률은 7.7%로 1992년 10.3% 이래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0대)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료품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소비자단체와 연계한 물가감시와 함께 식재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확대 등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