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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 재해…전문가 “자연, 다스릴 생각 말아야” [기후위기 돌파구⑥]


입력 2023.04.20 07:00 수정 2023.04.20 15:05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열대우림·산림 등 무분별한 개발 결과

전 세계서 반복·악화하는 가뭄·홍수

국가물관리위, 토론회 통해 대책 모색

전문가 “이·치수 넘어 원인 살펴야”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지난달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여름 홍수와 폭염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공조하겠다는 등 추상적인 대책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터전이 폭염과 폭우로 황폐화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절박한 인식으로 대응에 나서기 바란다. 미래의 홍수와 폭염은 이미 오늘의 현실이 됐다.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했던 그대로.” - 김지석 전(前)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기상관측망을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전라도와 광주광역시 일대 최장 가뭄이 지난달까지 이어지자 지난 14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해철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극복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박재현 환경부 물통합정책관은 지난 3일 환경부가 발표한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 대책’을 소개했다.


박 정책관이 발표한 중장기 대책은 크게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으로 나뉜다. 1단계 기본대책은 ▲물 공급체계 조정 ▲신규 수자원 확보 ▲수요 관리 및 제도 개선 등이다.


2단계 비상대책은 극한 가뭄 상황을 고려해 댐 저수위보다 낮은 수위인 비상용량(저수위와 비상 방류구 사이 남은 물)과 사수(死水)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이날 소개한 환경부 대책은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수와 치수는 기존 또는 추가 시설을 잘 관리·운용해 홍수나 가뭄 피해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안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물관리 실효성을 높이는 대책이라 봐야 한다. 물론 홍수와 가뭄이라는 실제 상황에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정책임은 틀림없다.


다만 ‘중·장기’ 대책으로서의 가치는 그리 높게 평가받기 힘들다. 가뭄과 홍수의 원인이 되는 요소들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이미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 폭염과 혹한의 날씨를 반복한다. 4계절이 뚜렷하다 못해 양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이를 ‘몸살감기’로 설명했다. 조 전 원장은 “몸살감기를 심하게 앓을 때 열이 났다가 오한이 왔다가 하는 것처럼 대기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충격으로 기후 변동 폭이 커진 것”이라며 “추웠다 더웠다 하는 극단적인 기후 변동이 나타나는 것은 대기에 계속해서 온실가스로 인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후의 평균값에서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날씨에 의해서 피해를 본다”며 “앞으로 더 많은 극단적인 기후가 나타날 것이고 그 피해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원태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기후센터 원장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기후 변동 폭이 커진 데에는 온실가스가 축적된 탓이란 설명이다. 권 전 원장은 “겨울 동안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기후 변동 현상은 하나의 경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산리우르파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군인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지난 2월 강진으로 황폐해진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뉴시스

급격한 환경 변화는 결국 기후위기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하느냐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 변화가 기존과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이에 맞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 전 원장은 “지금까지는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할 때 과거 경험만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왔다”며 “그런데 현재는 온난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시나리오 등을 활용해 미래 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 또한 “홍수와 가뭄, 한파와 폭염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기후 현상인데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할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뭄과 홍수의 근본 원인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공통 의견이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물 사용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통계청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302ℓ 정도다. 2001년 266ℓ 대비 13.6%(36ℓ) 늘었다. 세계 평균(약 110ℓ)보다 많은 것은 물론, 독일(150ℓ)과 덴마크(188ℓ), 호주(224ℓ) 등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속 개발 시대였던 지금까지는 공급자 및 하천수 위주의 물관리 정책이 충분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일어날 기후변화 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호주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물 사용량을 절반 이상 줄이려는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물산업 육성 최우선 과제는 물 절약이 되도록 우선순위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침묵의 봄’ 저자이자 미국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루이즈 카슨은 자연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과의 전쟁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9년 8월 브라질 토간틴스주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맹렬한 기세로 열대우림을 태우고 있는 불길. ⓒ뉴시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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