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관련 의혹임에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
당 지도부 조기 귀국 요청도 사실상 거부해
한국 아닌 프랑스서 기자회견에도 비난 봇물
계파·선수 가리지 않고 '宋 엄중 조치' 요구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처신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송 전 대표 측에서 벌어진 일로 당이 위기를 맞았는데도 정작 본인은 당의 조기 귀국 요청도 사실상 거부하고,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다. 이러한 송 전 대표를 엄중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이후 지금까지 "잘 모르는 일",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이재명 대표가 진상 규명을 위해 조기 귀국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에)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며 사실상 거부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22일에 말씀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는 22일 오후 4시(현지시간) 파리에서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송 전 대표의 태도에 당내에서는 계파와 선수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돈봉투의 수혜자로 지목받는 송 전 대표가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과는 별개로 일단 귀국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를 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전직 대표로서, 지도자로서의 도리라는 것이다.
특히 송 전 대표가 대표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고하고 출당 조치를 했던 전례에 비춰본다면,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라며 "송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분위기가 아주 안 좋다"고 전했다.
이병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본인 주변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귀국을 미루는 모습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며 "5선 국회의원을 하고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다. 송 전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도 "'나는 모른다, 당도 걱정 마라'라며 넘어 갈 일이 아니다"라며 "돈 봉투의 수혜자로 지목받는 송 전 대표가 빨리 귀국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본인 대표 땐 부동산 의혹에
탈당 권고·출당 조치 해놓곤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처신"
당내 모임 차원의 '엄중 조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귀국을 미루며 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당의 전직 대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며 "본인이 당 대표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탈당 권고, 출당 조치를 했던 전례에 비춰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더미래는 그러면서 당 지도부를 향해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초선 모인임 '더민초'도 조기 귀국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송 전 대표를 압박했다. 더민초는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가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는 "수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지난 17일 조기 귀국 공개 요청과 사과를 한 이후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외교 이슈'로 고전하면서 당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돈봉투 의혹이라는 '악재'로 인해 언제든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 당 지도부 일부가 이날 강한 비판 어조로 송 전 대표 귀국을 종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돈봉투 사건은 우리 모두의 싸움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우리의 정당성마저 잃게 만들었다"며 "(송 전 대표가) 누명을 쓴 것이라면 적극 해명할 일이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다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송 전 대표 본인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당이 치명적인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사태 수습을 위한 마땅한 책임을 저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