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재명 다음 대권 노린 송영길의 최후


입력 2023.04.28 04:04 수정 2023.04.28 04:04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대중 정치 배운 돈, 거짓말로 동료 586과 더불어 몰락

이재명도 DJ의 두 장기(長技) 갖춘 ‘수제자’

돈 정치판 원로 유인태, “올 게 왔구나”

자신도 운동권도 다 같이 죽는 관에 못질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탈당 의사를 밝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어떤 일이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은 김대중을 떠올린다.


그는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돈으로 정치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공천 장사’라는 말은 김대중과 김영삼, 양대 전통 야당 총재들의 국회의원 총선 대목에서 한바탕한 ‘정치 비즈니스’에 그 어원이 있다.


“김영삼은 촌지를 손에 잡히는 대로 주는데, 김대중은 지폐를 세어서 주었다”라는 전설이 필자의 현역 시절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 됐었다. 김대중의 돈 계산은 언론인 출신 전 과기처 장관 김진현의 회고록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에도 나온다.


“논설위원들과 식사를 끝내고 헤어질 때 모두가 서서 기다려야 했다. 비서가 미리 저녁값을 결제해 놓지 않고 본인이 다 보고 있는 앞에서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두 손으로 세어 계산하더라. 자형(1980년 당시 김대중 비서실장)한테 들은 돈 이야기와 겹쳐서 기억에 남아 있다.”

김대중의 돈 문제가 정점을 찍은 사건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현대그룹을 통해 이뤄진 4억5000만 달러 대북 송금이다. 그는 이 ‘상납’으로 “돈으로 노벨상을 샀다”라는 말을 들었다.


돈과 함께 그에게 부정적으로 붙여진 이미지는 거짓말이다. 눈물을 흘리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복귀해 대선 4수에 도전, 거짓말 병풍(兵風)과 김종필과의 DJP 야합으로 1.6% 포인트 차로 보수우파 후보 이회창을 누르고 대권을 잡았다.


이정근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3만 개가 송영길의 돈 봉투 당 대표 당선과 새빨간 거짓말을 폭로하고 있다. 민주당 남녀 정치인들이 ‘오빠’와 ‘영길이 형’을 부르며 돈 거두고 나눠 주는 생생한 대화들이 풀려 나오고 있는데, 그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거짓말할 게 따로 있다.


“돈 봉투 의혹을 전혀 몰랐다. 2021년 4월 18일 후보 등록 이후 강연, 토론 등 30분 단위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후보가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 돈 봉투를 돌렸다는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보고를 받은 일도 없다. 여론조사에서 앞선 상황에서 금품을 동원할 이유가 없었다.”

후보가 바쁜 건 당선되기 위해서다. 돈 봉투를 돌리는 건 더 확실히 당선되기 위해서다. 그런데, 후보가 몰랐다고 한다. 이정근 등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9400만원을 주무른 일이라고?


그는 친문계 홍영표에게 0.59% 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돈 300만원씩 의원들에게 안 뿌렸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김대중, 김영삼 시절부터 돈으로 전당대회도 치르고 국회의원 후보들도 공천하는 돈 정치판에서 희비(喜悲)와 풍상(風霜)을 겪어 온 노무현 정권 정무수석 출신 원로 유인태가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라고 했다. ‘다 아는 오랜 관행’인데 뭘 모른 척하느냐는 힐난이다.


“딱 터졌을 때 올 게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오랜 관행이었다. 전당대회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가 오히려 ‘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치 발전에 큰 모멘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입장으로 자기 희생을 하면 또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구질구질하게 안 했으면 좋겠다.”

반면, ‘새천년 NKH 룸살롱 사건’ 동지인 민주당 정책위의장 김민석은 그를 ‘보증’하며 거짓말을 옹호했다.


“송 전 대표가 탈당 후 증명하고 돌아온다는 말이 모두에게 무겁게 다가가 울릴 것이다. 동 세대 정치인 중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그의 학구열을 늘 주변에 칭찬하곤 했다.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 집이 없는 드문 경우다. 청빈까지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물욕이 적은 사람임은 보증한다.”

광주 룸살롱 사건은 2000년 5.18 전야에 송영길(60), 김민석(59), 우상호(60) 등 386(당시 30대) 정치인들과 노동 시인 박노해, 노무현 정부 교육부 장관 문용린 등이 접대 여성들과 함께 양주를 마시고 가무를 벌였다가 현장에서 우상호로부터 ‘기집애’ 쌍욕을 들은 ‘통일의 꽃’ 임수경(54)의 폭로로 운동권 출신들의 가면이 벗겨진 일이다.


우상호는 22년 후 윤석열과 한동훈의 ‘청담동 심야 첼로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가짜 뉴스 스피커 김의겸 편을 들다 한동훈이 이 사건을 소환하며 역공하는 바람에 묵사발이 됐다. 그는 또 김건희 관련 가짜 뉴스 주장도 경찰에 의해 검찰에 송치돼 조만간 수사받게 돼 있다.


송영길은 외유 중 성 접대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의 별명 ‘송트남’이 바로 베트남에서 한 대기업이 골프와 술, 후속 접대까지 한 사건에서 붙은 것이다. 미성년자 윤락과 ‘털(毛) 해프닝’ 등으로 현지 경찰의 조사도 받았던 그와 대기업 관계자는 성 접대 사실을 부인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서 운동권 경력에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그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김대중의 정치적 아들 박지원이 임종석과 함께 ‘차기 지도자’로 찍어서 이뤄졌다. 송영길은 또 다른 김대중 장기(長技, 돈과 거짓말) 수제자 이재명 다음의 진보좌파 대권 주자를 노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돈으로 당 대표가 돼 이재명이 이낙연을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데 혁혁한 공(후보 사퇴자 득표 무효 처리 ‘사사오입’ 결정 등)을 세우고, 느닷없이 ‘이재명 공부’ 삼매경에 빠졌으며, 김대중의 낙점으로 내리 5선한 인천 계양 지역구를 방탄 금배지가 절실한 이재명에게 선뜻 줘 버릴 수 없는 일이었다. 국회의원 지역구는 아들한테도 안 준다는 것 아닌가?


송영길은 이렇게 정치적 도박과 자살을 감행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돈 봉투 폭탄이 터짐으로써 동료 586들(20여년이 지나 이제 50~60대)과 더불어 죽어서 누운 관에 못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정기수 칼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