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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위기감 느낀 민주당, 이재명·친명계 견제구 [野 박광온 시대 ①]


입력 2023.04.29 08:00 수정 2023.05.01 18:47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朴 당선으로 원내 헤게모니 친명→비명 이동

李 방탄·극단적 팬덤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

李 입지 위축…당 정상화 노력 심화할 듯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견제'와 '균형'. 비명(비이재명)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의 의미는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당 전반을 뒤흔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이 이 대표와 당내 주류인 친명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비명계의 압도적인 지지로 박 의원이 원내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 대표와 친명계의 입지는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28일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과반 표를 획득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1차에 당선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후보자들의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범친명계 후보인 홍익표·김두관·박범계 의원과 비명계 박 원내대표의 대결 구도였다는 점에서, 비명계는 물론 중간지대 의원들의 표심이 박 원내대표 쪽으로 쏠렸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체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재명 대표의 당내 입지를 쪼그라들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의 입지도 당내 주류로 자리 잡은 계기가 된 지난 대선 이후 1년여 만에 위축됐다는 평가다. 친문계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 4.0'을 비롯해 박 원내대표를 지지한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체제'에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당 전반에 깔려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친명 일색 지도부의 방탄 행보, 극단적 팬덤 등이 민심과의 괴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당내에서 지도부의 인적 쇄신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송갑석 최고위원, 김민석 정책위의장,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권칠승 수석대변인 등이 이러한 요구에 따라 당 지도부에 합류했지만, '이재명 방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사무총장은 유임되면서 논란이 됐다. 돈봉투 의혹에 대한 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놓고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박 원내대표가 이날 정견 발표에서 "당의 부족한 소통의 보완재가 되겠다", "당의 포용성을 높이고 확장성을 넓히고 균형을 잡겠다"고 강조한 건 '이재명 체제'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도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도록 하겠다"며 "민주당의 가치를 더욱 확장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지도부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서영교·박찬대·정청래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 신임 원내대표, 박홍근 전임 원내대표, 변재일 선거관리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표적인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돈봉투 사건이라든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또는 지도부의 노선이 총선까지 이어지면 당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하는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를 지지했을 것"이라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그런 부분이 (이번 선거에서) 작용했을 거라고는 짐작이 된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도 YTN라디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나서 이 대표 스스로도 완전히 친명 일색의 지도부로는 안 되겠다라고 하는 반성들이 좀 있었다"라며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의원들이 볼 때는 조금 더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비명계가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흐름들이 꽤 강하게 잡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원내 헤게모니가 친명계에서 비명계로 이동하면서, 계파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원팀'을 위해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공천 주도권 싸움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명계가 박 원내대표에 힘을 실은 건 결국 공천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체제' 공고화를 위해 친명계 원내대표 선출을 바랐던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박 원내대표와 비명계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박 원내대표 선출은 이 대표를 사퇴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부" "민주당 현역 의원 반 이상 물갈이 해야한다는 뜻"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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