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기자단 오찬'…도어스테핑 중단 후 5개월만
취임 1주년 소회·국빈 방미 뒷이야기 등 풀어놔
"비판·격려 받다보니 벌써 1년…방향 수정할 건 수정"
尹 평소 즐기던 김밥·떡볶이·순대·아이스크림 제공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2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깜짝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미군 기지 반환 부지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 언론 공개 행사 후 파인그라스에 마련된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 점심 자리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40분께부터 70분 가량 기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는데, 취임 1주년 소회와 국빈 방미 뒷이야기,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 중단에 대한 아쉬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언제 1년이 오나 했더니, 벌써 (취임)1년이 왔다"며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변화의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교체되고 과연 우리나라와 사회가 얼마만큼 얼마나 바뀌었느냐, 얼마만큼 활기차고 따뜻해지고, 미래 세대에게 꿈을 줄 수 있고,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우리 안보와 사회의 안전이 얼마만큼 더 확보가 됐는지를 되돌아 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계획에 대해선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 용산 스태프(참모)들에게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뭐를 했고 하는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며 "성과 자료를 쫙 주고 잘난척하는 그런 행사는 국민 앞에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61회로 중단된 도어스테핑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근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며 "근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 농담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하면 기자들이 아침에 질문할 만한 것을 다 뽑아서 새벽 6시면 수석이나 비서관들한테 '이 기사 이거 어떻게 된 거냐' '내가 뭐라고 답변하는 게 좋겠느냐'고 막 전화를 했다"며 "(지금은) 도어스테핑은 없어졌지만, 습관이 돼서 사실 지금도 꼭두새벽에 눈을 뜬다. (지금도)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소규모 간담회 등 언론과 소통 기회를 자주 갖겠다며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 주겠다'는 당선인 시절 약속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초청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애창곡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해 화제가 된 데 대해서도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가사도 생각 안났지만 만찬이나 전날 친교 행사를 굉장히 정성스럽게 준비했는데 안 한다고 할 수가 없어서 한 소절을 불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막상) 부르니까 (가사가) 생각이 나더라. 만약 가사가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했다"고 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관영 매체를 사실상 총동원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중국이) 한미가 '워싱턴 선언'을 하고 핵을 기반으로 안보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북한의)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같은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며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제재에 동참을 안 하면서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 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면서 상호 존중하면 얼마든지 경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며 "우리가 중국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안 주는 것도 아니다. 기술이든 상품이든 중국에 수출 통제하는 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때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로부터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것과 관련해선 "2019년에 영화 '기생충'을 우리 식구와 보고 나오면서 이런 것은 엽기적인데 이런 것을 보자고 하느냐 이랬는데, 오스카상을 몇 달 후에 받더라"며 "그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 이번에 미국에 가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회장과 얘기하면서 한국의 스토리가 매력적이고, 폭이 넓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윤 대통령이 평소 즐겨 먹는 김밥, 떡볶이, 순대, 닭강정,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등이 준비됐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 강훈 국정홍보비서관, 전광삼 시민소통비서관, 김용진 대외협력비서관,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 등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이 대거 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오는 4일 주한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용산공원 반환부지 일부가 개방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약 90만 평 규모의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청사 앞부분 반환부지 약 30만㎡(9만 평)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국민과 소통 접점을 넓히는 한편 용산 기지의 반환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1년간 (정원 조성) 준비를 거쳤다"며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장군 숙소와 잔디마당, 전망언덕, 동쪽 스포츠필드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