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김용민 의총 발언 평가절하하면서 공방
"내게 직접 사과하라" vs "방송에서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김용민 의원이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관련 발언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 모두 경기 남양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데다 조 의원은 비이재명계로, 김 의원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면서 더욱 주목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의원의 신경전은 지난 25일 조 의원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의원총회에서는 '김남국 코인 논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가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공격 받는 당내 청년정치인들을 보호해주자는 내용의 결의문 채택 논의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김남국 의원도 청년인데 스스로 전부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 청년 정치인들도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의총장을 잠시 퇴장했을 때 만난 일부 기자들에게 "입으로 X을 쌌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의원은 조 의원의 해당 발언 때문에 허위기사들이 작성돼 몇 시간 동안 기자들과 통화해 자신의 발언 취지를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문제는 조 의원이 나에 대해 '입으로 X을 싸'라고 인터뷰를 한 것"이라며 "동료 의원에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조 의원에게 발언을 한 이유와 사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만난 조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오늘 조 의원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었다"며 "그랬더니 (조 의원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아침 방송에서 사과를 했으니 찾아서 들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기왕 사과를 하시려면 피해자인 나에게 사과하면 되지 무슨 방송을 찾아서 사과를 들어야 하냐'고 물었는데, 조 의원이 갑자기 화를 내며 '방송 찾아서 들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을 향해 "내게 직접 분명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기를 요청한다"며 "초선 의원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말했다고 야유하고 모욕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의총에서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의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의 언급처럼 그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의원을 향해 "사과를 원하신다니까 어쨌든 적절하지 않은 그런, 방송에 쓸 수 없는 말로 기사화된 점에 대해서는 그건 사과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은 "그때 의총장에서 든 느낌은 (김 의원이) '거기에서 왜 김남국을 거론하지?' 그리고 나 뿐만 아니고 다수의 의원들이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때 다들 좀 반발하고 큰소리가 나왔다"라며 "의총 중간에 화장실로 가는데 그런 상황을 미리 인지를 한 기자가 의총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따라붙어가지고 '오늘 뭐 안에 분위기 그랬다면서요?' 그래서 그냥 편하게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도 설명했다.
이후 김 의원은 31일 출연한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나와 양소영 대학생위원장이 싸움을 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만드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비롯해 자신의 의총 발언을 지적한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의총 발언에 대해서는 "당연히 청년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된다고 본다. 그건 장려돼야 된다"면서도 "다만 자율적인 발언을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거기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은 져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청년이기 때문에, 아직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면 당에서 정치적인 리스크들은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보완을 해주자라거나, 아니면 선배들이 가르쳐주거나 하는 것들을 통해서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며 "청년이니까 발언에 다 책임이 없다는 방식의 접근은 잘못됐다고 보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결의문 내자고 한 것도 반대를 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강성 지지층 '문자 폭탄' 관련해서도 실명 저격
尹탄핵 주장에도 "너무 나갔다" vs "민감도 다른 것"
같은 당,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두 의원은 과거에도 서로의 이름을 거론하며 저격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아왔다.
2021년 4월 당시 최고위원 경선 후보였던 김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과 관련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권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친문재인계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의 열정적 지지를 받아 과거 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을 언급하며 "김 의원이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며칠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 선출직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문자폭탄을 두둔하는 분 중에는 자신에 대한 비판적 칼럼에 대해서 소송으로 대응한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조국 똘마니' 표현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를 포기한 김 의원을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다시 김 의원은 조 의원을 향해 "조 의원이 말한 것에 모순이 있다"면서 "본인의 목소리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원들의 목소리도 중요한데 당원들의 입을 틀어막고 국회의원만 목소리를 내는 게 쇄신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과 관련해서도 맞붙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윤석열 퇴진 촛불 대행진' 집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구체적으로 좀 너무 나간 거 아니냐 그런 분도 많이 계신다"라고 지적한 바 있고, 김 의원은 "불공정과 불의를 바라보는 민감도가 서로 다른 것이고, 결국에는 그분들도 어느 수치에 이르면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일축하면서 신경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