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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음주 파문’ 거짓 없는 사과이길 바란다[김태훈의 챕터투]


입력 2023.06.02 06:01 수정 2023.06.02 09:0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투수 3인’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 경기 앞서 사과

음주 사실 인정하면서도 시점과 여성 동석 선 그어

배신감 억누르는 야구팬들 “거짓 없는 진실된 사과이길”

이용찬-김광현-정철원. ⓒ 뉴시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간 중 일본 도쿄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던 당시 국가대표 김광현(35·SSG) 이용찬(34·NC) 정철원(24·두산)이 나란히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김광현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음주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전(우천 취소)이 열릴 예정이었던 창원NC파크에서는 이용찬과 정철원이 시간차를 두고 취재진 앞에서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세이엔터(SAY ENTER) 등은 지난 3월 WBC 대회 기간 선발 에이스급, 불펜 투수 2명이 도쿄 숙소 근처에 위치한 아카사카 지역의 유흥주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3월8일 호주전 전날과 9일 호주전 당일 오전까지 술을 마셨고, 한일전 참패로 탈락이 확정된 10일에도 같은 장소를 찾아 음주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을 예고했다.


물론 대회 기간 중 음주는 범죄가 아니다. 음주 탓에 대표팀이 호주전(7-8패)과 한일전(4-13패)에서 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해 국제무대에 참가한 선수들의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로는 매우 실망스럽다. 경기를 앞두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핵심 투수들의 실망스러운 행보는 야구팬들을 넘어 일반 국민들에게도 납득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일탈로 다가왔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즉각 진상 파악에 나섰다.


1차 조사를 마친 KBO는 지난달 31일 오후 "3개팀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3개팀이 포함된 9개팀에 사실 확인서 제출을 요청했다. 3명을 제외한 선수들은 대회 공식기간 3월 13일 중국전 전까지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없다고 사실 확인서를 통해 밝혔다"고 전했다.


경위서 제출 하루 만에 해당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나란히 머리를 숙였다.


베테랑 에이스 투수 김광현은 1일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WBC 대회 기간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다.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팀의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너무 짧았다. 정말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 “나와 연루된 후배 선수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진짜 앞길이 창창한 야구 인생에 낙서를 한 것 같다”면서 “지금 KBO 조사가 진행 중이고, 충실히 조사를 잘 받고 거기에 대해 나온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광현 ⓒ 뉴시스

이용찬도 “휴식일(3월 11일) 전날 지인과 도쿄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인근 주점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 머무른 뒤 숙소로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 장소는 (룸살롱이 아닌) 스낵바다. 동행한 지인과 자리를 함께했다”고 말했다. 여성 종업원과의 합석이나 대화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유를 불문하고 국제대회 기간 음주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향후 KBO의 조사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팬 여러분들과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다시 한 번 고개 숙였다.


김광현의 안산공고 후배인 정철원도 공식 사과했다.


정철원은 "우선 프로야구 선수로서,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고서 야구팬들과 모든 분께 너무 큰 실망을 끼쳐 드렸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WBC 대회 중인 3월 10일, 일본전이 끝나고 술자리를 가졌다.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많은 분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말았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솔한 행동이었다. 저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결코 여성(종업원)은 근처에 있지 않았고, 새벽 2시30분경에 자리를 끝냈다. 그 자리에 식사하러 갔던 것이다. (해당 업소에서는) 밥도 먹을 수 있다. 김밥과 수제비, 떡볶이를 먹었다"고 전했다.


경위서는 제출한 3명은 음주 자체를 인정했다. 그러나 음주 시점은 보도 내용과 달랐고, 여성 동석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배신감을 느꼈던 야구팬들 중 일부는 이들의 사과를 진심으로 여기고 받아들일 준비도 하고 있다. 만에 하나 부정적 행동에 이어 음주 시점 등에 대한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해당 선수뿐만 아니라 KBO리그를 넘어 한국 야구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다.


아직 조사는 진행 중이다. 사과까지 한 이들이 혹시라도 경위서에 거짓을 담았거나 누군가 은폐를 시도한다면, 배신감을 억누르고 있는 야구팬들 앞에 다시 서서 용서를 구하기는 어렵다. 야구계와 야구팬들은 이들의 진술과 사죄가 진심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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