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인선' 사과 요구에도 李 '묵묵부답'
이동관 아들 학폭, 허은아 보좌진 입법비리
등 고리로 대여 투쟁 강화해 국면전환 시도
일각선 "이 대표, 스스로 퇴진하는 게 맞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래경 혁신위원장 반나절 낙마 사태'에 사과하기보단 대여(對與) 투쟁을 통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아들의 학교폭력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보좌진에게 불거진 가상자산(코인) 입법로비 등 정부·여당과 관련한 의혹을 고리로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선 위기에 몰린 이 대표가 이래경 사태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면서도 자신의 진퇴 등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지기보단, 오히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정부·여당의 의혹을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여론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래경 사태'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인가' '사과할 계획 있으실까'는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직 '대표 책임론'과 관련한 질문에만 "당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당대표가 언제나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이 대표는 지난 5일 각종 과거 행적, 발언 논란으로 위촉 9시간 만에 혁신위원장 직에서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에 대한 인사검증에 소홀했단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 이사장이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 패권세력들"이라는 글이 논란이 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최원일 전 천안함장은 전날 열린 현충일 추념식장에서 이 대표를 만나 "이야기할 것이 있느니 좀 만나자"고 항의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 전 함장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이사장이 사퇴하기 직전인 지난 5일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권칠승 의원이 최 전 천안함장의 반발에 대해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이냐.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자, 그를 임명한 이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과를 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표출되고 있다. 심지어 당내에선 이 대표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분출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이와 관련한 사과 한 마디 내놓지 않았다. 지난 4월 17일 '돈봉투 의혹'에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국민께 심려 끼친 점에 대해서 당대표로써 깊이 사과드린다"고 대국민사과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김남국 의원이 코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을 탈당한 직후인 지난달 1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과 한 토막 없는 기존 행태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과 대신 대여(對與) 공세를 통해 여론 전환을 시도하는 길을 택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민생이 고통 받고 있는데도 현 정부와 여당은 정권 놀음, 권력 놀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대표는 현 정부에서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아들의 학폭(학교폭력) 논란을 가리켜 "'정순신 사태'와 비교되지도 않을 만큼 심각한 학교 폭력이었는데 학폭위는 열리지도 않았고 가해자는 전학 후 유유히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한다"며 "일단락된 사건이니 문제없다는 얘기도 하는데 문제 있는지 없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지만, (정부는) 언론 탄압 당사자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것을 즉각 철회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아울러 회의를 마치기 직전 이 대표는 재차 마이크를 잡고 정책토론을 제안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묵묵부답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김 대표는) 표리부동하지 않길 바란다. 짧은 국회 경험을 통해 그 이전 국민의힘 행동양식에 대해 많이 경험했지만 겉으로는 '하자' 하면서 뒤로는 실질적 반대하는, 발목 잡는 경우가 참으로 많은 것 같다"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위메이드가 찾은 의원실에 이름을 올렸던 허은아 의원의 보좌관이 퇴직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해당 보좌관이 위메이드가 의원실을 방문했을 당시 보좌관"이라며 "퇴직 후 가상자산 거래소에 취업하고 반년 만에 공동대표가 된 것의 진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 등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는데 공천비리 진상조사단 뿐만 아니라 공천 입법로비 진상조사단을 이번 주 내로 출범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현재 민주당을 향해 악화된 여론의 시선을 국민의힘에 불거진 의혹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당시에도 관련 질문에 각각 금품 수수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측 김현아·박순자 전 의원의 수사에 대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반문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고리로 여당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는 실제로 이날 오전 국회본청 계단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한) 정부·여당의 태도를 참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가혹할 수 있나, 비정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시간이 약이라는 태도로 뭉개지 말고, (정부·여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주길 간곡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이 같은 메시지에도 진정성이 실릴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이래경 사태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났다면 '대통령이 책임지라고 하고 당장 물러나라'고 하지 않겠나. 이런 잣대를 우리한테 돌려서 보면 우리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한심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돈봉투 사건이나 최측근 김남국 의원 코인 건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대응을 한 한계가 있다. 이를 제거하려면 이 대표 스스로가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지금 혁신위원장을 인선한 것을 보면 지난 1년 동안의 '이재명의 민주당', 또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팬덤 지지층의 방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혁신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국민의 민주당'으로 가야 된다는 게 혁신 논의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