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등 등급 급락 가능성 높아
임기 만료 전 사퇴하는 기관장 늘고 있어
윤석열 정부가 기존 제도를 대폭 손질한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 성적표 공개를 앞두고 있다. 경평은 등급에 따라 기관장 거취와 임직원 연봉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년 관심의 대상으로 꼽힌다.
13일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안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열고 1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경평은 1984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정으로 정부투자기관 평가제도가 처음 도입한 지 40년째다. 이후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투자기관·산하기관 평가를 일원화한 뒤 현재까지 전반적인 평가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경영평가가 재무실적 향상 등 공공기관 경영성과 개선 및 경영혁신 촉진 기제이자 핵심 수단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평을 통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정부 시절에는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 부처 퇴직공직자가 관련 기관·기업·단체 등에 재취업하고 인맥과 지위를 이용해 재취업 기관 이익을 대변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실적 등을 반영한 사회적 가치 배점을 25점까지 늘리면서 공익성 확대를 적극 추진했다.
문 정부 때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원진들이 신재생에너지 견학을 위한 출장을 간 뒤 몰래 골프를 친 것이 드러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는 재무성과 배점은 확대하고 비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 가치 구현 관련 배점은 축소하는 등 전 정부와 바뀐 평가 기준이 특징이다.
경평은 최고등급인 탁월(S)부터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까지 총 6등급으로 나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상 정부는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아주 미흡(E) 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미흡(D) 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장에 대해 해임건의 및 경고조치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악재가 많았던 에너지 공기업들은 등급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 평가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C등급을 받았던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해 D등급 이하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적자만 4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미수금이 12조원 가량 달하는 한국가스공사(2021년, C등급) 역시 한전과 비슷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한차례 D등급을 받은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한국마사회 등 기관장은 해임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산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모두 문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들이다.
일부 기관 수장들은 잔여 임기를 남긴 채 사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처음으로 사의 표명을 했고 김현준 전 LH 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김진숙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권형택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서는 나희승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해임됐다. 강도태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장과 김경운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자진 사퇴했다. 다만 아직 현재 남아 있는 공공기관 경평 대상 기관장의 80% 이상이 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은 결국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그런 (정부) 철학에 맞춰서 가는 게 맞다”며 “철학을 달리하는 분들이 공공기관장으로 앉아서 새로운 정부는 A방향으로 가고자 하는데 가만히 눌러앉아 있거나 B방향으로 가겠다고 하는 게 우리 국가 경영 전체로 봤을 때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