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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철 "피해 학생 주장엔 눈 감는 MBC의 이동관 아들 학폭 논란 보도…중립적 태도 회복해야"


입력 2023.06.14 18:09 수정 2023.06.14 19:51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MBC, 이동관 검증 명분으로 아들 학폭 논란 연일 보도…피해 학생 입장문 한마디 언급도 없어"

"피해자 명예·인권 더 중요한데도 눈 감아…박원순 피해자 오버랩, '피해 호소학생' 자리매김"

"언론이 가짜 주장 단순 전달하면 특정 진영 저격수·사냥개 역할…결국 날선 사회적 흉기 돼"

"가장 무책임한 사례, 인용 보도…사생활, 공적 중요성 경우만 기사화하고 속보경쟁 대상서 제외해야"

이동관 대통령대외협력특별보좌관 아들의 학폭 논란을 보도한 MBC뉴스데스크의 보도 화면.ⓒ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은 "MBC가 이동관 특보의 아들 학폭 논란과 관련해 검증을 명분으로 연일 집중 보도를 퍼붓고 있다"며 "그런데 MBC는 피해자 명예와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데도, 피해 학생이 주장하는 학폭의 과장과 왜곡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MBC는 냉철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전 국장은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이 밝히고, "공식 내정발표도 없는 인물에 대해 이 정도로 보도한다는 점에 의외였다. MBC는 6월8일 톱뉴스로 무려 리포트 4개를, 다음 날에도 톱 블록 리포트 2개를 이어갔다. 민주당의 '제2의 정순신' 프레임과 같은 맥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KBS, SBS와 달리 피해 학생 입장문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12일 MBC 제3노조가 이 부분을 지적하자 마지못해 리포트 도중 한 줄 언급했다"고 지적하고, "'학폭'이라하면 가해 학생 못지않게 '피해 학생' 입장이 중요하다. 오히려 피해자 명예와 인권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도 MBC 보도를 보면 '피해 학생'이 주장하는 '학폭의 과장과 왜곡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고(故)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지속적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상황이 오버랩된다. 마치 '피해 호소 학생'으로 자리매김하는 인상이었다"고 강조했다.


문 전 국장은 "MBC의 이번 '맹폭 보도'를 보면서 언론의 고위공직자 검증 보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비록 내정발표 전이지만 한발 양보해 MBC의 이번 보도를 일종의 '공직자 검증보도'라고 치자. MBC 보도에서는 공영방송으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냉철한 중립적 태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MBC 방송강령 2조는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을 강조하고 있고,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은 '균형 잡힌 태도'를 적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언론에서 고위공직자 검증보도, 특히 사생활 영역에 대해 합의된 기준은 없다. 독일 언론은 공직자의 영역에 대해 4가지로 분류한다. ▲공적영역:공적 활동, 공직 관련 업무처리, 공직 출마, 공적 회의, 선거, 투표, 기자회견 ▲사사(私事)적 영역:주거, 결혼, 이혼, 여행, 취미생활, 가족생활, 소비패턴, 요리 솜씨, 친족·가족 간 다툼, 몸무게, 신체 치수, 가발 착용 여부, 음치, 병력, 나이, 친구 관계, 개인 금융정보, 종교, 출입국 기록 ▲사회적 영역:회사, 직장, 학위, 공적 장소에서의 강연, 세미나, 토론, 발표 ▲내밀한 영역:개인의 성생활, 성정체성, 치명적 질환, 일기장에 기록한 개인 생각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

아울러 "이 분류에 따르면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보도는 '본인 아들의 친구 관계'라는 측면에서 '본인의 친구 관계'인 사사(私事)적 영역보다 한 단계 멀다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언론의 공직자 검증 보도는 '사사적 영역'과 '내밀한 영역'의 구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사적영역의 경우 언론이 증거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주장되는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입장에 그치곤 한다. 특히 극심한 여야 대립 속의 현 국회 구도에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이 악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비난했다.


문 전 국장은 "한동훈 장관 청문회에서 '이모(李某)'와 '이모(姨母)' 해프닝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한 건 걸렸다' 싶어 확인해보지도 않고 조급하게 내지른 주장이었다. 이런 경우는 그래도 실수 여부가 금세 밝혀지기라도 하지만 '가짜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이 쉽지 않다"며 "이런 주장을 언론이 단순 전달할 경우, 결과적으로 특정 진영의 저격수, 사냥개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언론사가 특정 진영의 입장에 의도적으로 코드를 맞출 경우 그야말로 시퍼렇게 날선 '사회적 흉기(凶器)'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가장 무책임한 사례는 '따옴표 저널리즘', 즉 인용 보도이다. 누군가의 발언을 단순 인용 보도하는 것인데, 언론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과 SNS가 활발한 요즘, 유명인의 발언을 검증과정도 없이 무조건 인용해 보도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포털을 통한 어뷰징이 심해지는 요즘, 언론사는 사실 여부는 관심없다"며 "어그로를 끌수 있냐, 없냐가 더 중요하다. 진중권이나 김어준 같은 유명인들은 늘 초미의 관심 인물이다. 미국 신문은 직접 인용구를 제목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고 기사 전체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문 전 국장은 "이재진 교수(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언론의 고위공직자 검증보도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언론사마다 고위공직자 검증기준을 정하고 공개 ▲사생활의 경우 공적 중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기사화해 그 기준과 일치하지 않거나 애매할 경우 회사 차원에서 결정해 문제 발생 시 회사가 전적 책임 ▲사생활 검증은 '속보 경쟁' 대상으로 삼지 말 것 ▲의혹 제기 보도 시 최대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 ▲명예훼손의 경우 진실성과 공익성이 면책사유가 되나 사생활의 경우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것"이라고 전하고, "MBC는 냉철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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