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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살인' 정유정, 54명에 말 걸며 '살인 목표' 물색했다


입력 2023.06.22 09:03 수정 2023.06.22 09:20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부산지검, 21일 정유정 구속기소…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절도 혐의

살해하기 쉬운 조건 기준으로 피해자 정해…'신분 탈취' 목적 범행 증거는 확인되지 않아

검찰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 메모 확보…'단독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적 살인' 결론

"자신의 분노 해소하기 위해 과외앱 통해 생면부지 여성에게 접근, 잔혹하게 살해"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이 과외 앱을 통해 총 54명의 강사에게 대화를 시도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전날 정유정을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정유정의 동선과 범행대상 물색 방법, 범행 준비·실행 과정 등을 수사한 결과 이번 범행은 단독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적 살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유정의 범행에는 불우한 성장 과정과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실패, 취업 실패 등으로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의 어머니는 그가 한 살 때 떠났고, 여섯 살 때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할아버지 손에서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정과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았는데, 여기에 대학 진학 실패와 공무원 시험 불합격 등으로 쌓인 분노가 사이코패스적 성격과 결합해 범행 동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경찰 단계에서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28점대였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26.3점으로 확인됐다. 이는 환경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은 자신의 분노를 일명 '묻지마 살인'의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며 과외 앱을 통해 모두 54명의 과외 강사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혼자 거주하는 여성으로 피해자의 집에서 과외 수업이 가능한 대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살해 당한 피해자 A씨가 이런 조건에 부합해 범행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유정은 살해하기 쉬운 조건을 기준으로 피해자를 정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신분 탈취'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검찰은 정유정이 쓴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라는 내용의 메모를 확보했고, '살인 방법'과 '사체 유기' 등 살인 관련 인터넷 검색 내용도 확인했다.


정유정은 운전면허와 자동차가 없어 범행 과정에서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곳곳에 설치된 CCTV 노출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건은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과외앱을 통해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학생으로 가장해 접근한 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사안"이라며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유족 지원에도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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