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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향에 기부하지 않는 이유'…여전히 기부하기 불편한 독점 플랫폼 '고향사랑e음'


입력 2023.06.24 14:45 수정 2023.06.24 14:4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일본은 공공, 민간, 기업 플랫폼까지 기부자(국민)를 위한 다양한 창구 존재

최근, 인터넷뱅킹은 무척 간편해졌다. 2021년 이전에는 ‘공인인증서’가 인증서 독점을 하면서 이용하려면 ‘액티브엑스’라는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해야했는데, 오류가 무척 많았다. 지금은 은행, 통신사, 간편결제사 등에서 민간인증서를 발급하고 보안 역시 홍채, 지문, 간편비밀번호(PIN)로 대체하며 상대적으로 쉽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추세다.


공인인증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발급하여 사용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라도 공인인증서를 써야하는 영역이 있고, 일상 생활에서는 민간인증서가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은 셈이다.


2008년부터 고향세 제도를 시행해 온 일본은 지자체들이 직영하는 기부를 위한 공공 플래폼, 민간 플랫폼 뿐 아니라, 라쿠텐(온라인 쇼핑몰)이나 전일본공수(ANA 항공사)와 같은 기업이 운영하는 기업 플랫폼까지 존재한다. 민간 플랫폼은 지정기부나 재해 지원(수수료 0원) 같은 선도적인 기부 문화를 이끌었고, 기업 플랫폼은 지자체와 협업으로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을 창출하기도 한다.


일본 아웃도어 기업 몽벨(mont-bell)은 연회비를 납부하는 몽벨 회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정기부(40여 개 산림 지자체, 7개 분야: 환경보전, 교육, 건강, 재난재해지원, 지역 활동, 1차 산업, 사회복지, 기타)를 진행 중이다. 이런 행위는 기부금을 모아 단순히 복구하는데 끝나지 않고 관광 부흥 및 관계인구(생활인구) 증대 등으로 연결된다. 예컨대 답례품의 경우,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자원봉사(산불 재해지역 등산로 복구, 산림 식수 등)로 받게 하고, 그 지역을 복구하는데 참여함으로써 지역에 남다른 애정을 극대화한다.


답례품 개발 역시 주목할만하다. 스타벅스가 도시에 특화된 친환경 텀블러를 굿즈로 제작하듯, 몽벨 역시 본인들이 고향세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지역 중심으로 아웃도어 용품들을 굿즈로 개발하여 판매한다. 답례품 뿐 아니라 일반 매장에 공급되기도 하며,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유도한다.


강남이나 홍대 같은 곳에만 있을 법한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를 인구소멸 지역에 시도하기도 한다. 보통은 그 지역에 절실한 편의점(+의약품), 식당, 휴게소 등의 기능을 붙인 뒤, 지방창생기금 같은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몽벨을 비롯한 몇 몇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한다.


유기견 보호 사례로 유명한 일본의 진세키고겐군 역시 편의점 프랜차이즈 기업 로손(LAWSON)에서 매장을 설치하고, (마을기업 형태의)식당, 지방창생기금으로 재단장한 미치노에키(道の駅, 지역의 특산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휴게소) 등을 단지로 구성하여 운영 중이다.


몽벨이 지자체와 시도하는 산림 지역 프로젝트는 공공 플랫폼, 민간 플랫폼에도 입점하지만 목적과 방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몽벨이 자체적으로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기업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최근 화두인 ESG 경영을 대내외 적으로 공고히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자면 사업에도 보탬이 되는 모델이 도출되고 있는 셈이다.


위와 같은 사례를 봤을 때,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선 독점 체제와 동시에 다양한 주체들이 기부 플랫폼을 시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 6월, 국토연구원은 '지방 중소도시의 활력 증진을 위한 청년 로컬창업 지원방안'라는 자료를 발간하며 “ ① (청년 로컬기업의 성장단계별 체계적·다각적 재정지원) 예비창업부터 도약단계까지 지원 확대, 중앙부처-지자체-지역금융기관 연계형 융자사업 신설·시행,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구축·실행, 주택보증공사에서 운영하는 ‘창업시설 조성자금’의 융자 대상 확대 등”이라는 정책방안을 손꼽았다. 지역에서 창업한 청년에게 지정기부하고,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를 답례품화 하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을 구축·실행하자는 말이다. 국토부가 어려운 지자체와 협업하여 국민의 기부로 청년 창업가를 육성할 수 있는 모델을 구현하는 거이 ‘고향사랑e음’이라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겠지만, 국토부에서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여 시도한다면 특색있는 장이 열릴거라 여겨진다.


국민을 생각한다면 기부하기 어렵게 설계된 제도와 플랫폼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민간에 개방하거나, 정부 부처 내에서 합종연횡하면서 해법을 찾아본다면 공인인증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모두의 편익이 증대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동시에, 국민의 자발적 기부와 기업을 비롯한 민간의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누구나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고 그 시도가 박수 받아 마땅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금 얼마 모았냐는 소리를 넘어, 이 제도가 시작한 취지와 앞으로의 방향에 모두가 공감하며 민관 모두가 스스로 기여할 바를 정의하고, 실천할 수 있다.


기부는 속성 상, 하반기에 몰리기 마련이다. 연말이 되면, 전국민이 이 기부에 한 번 즈음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전까지 행정안전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인 적극행정 차원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의 길을 모색해 주길 당부한다.


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회 위원장·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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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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