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째 전체 물가상승률 상회
인건비 등 비중 크고, 저마진 구조
식재료값 인하 단기간 반영 어려워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지만 외식 물가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식재료 가격은 눈에 띄게 안정을 찾았지만 식당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외려 상승 중이다. 정부가 사료업체들을 불러 모은데 이어, 하반기 관세할당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요지부동’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 39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0.3%)한 지난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과잉생산, 소비감소 등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물가상승률을 하회하는 중이다.
하지만 식재료 가격이 내려도 외식 물가는 잡힐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전국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2.7%)의 배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를 상회하는 추세는 2021년 6월부터 2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식 고기가격이 오르면서 ‘미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대체로 여름에는 뜨거운 열을 사용하는 돼지고기의 경우 비수기에 속하지만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2% 하락한 상황에서도 음식점에서 파는 돼지갈비는 6.4%, 삼겹살은 5.4%씩 올랐다.
닭고기 가격도 오름세다. 닭고기(육계) 소매가 역시 1kg당 6360원으로 작년 동기(5584원)보다 13.9% 높다. 오리(20~26호) 도매가 역시 지난해 1kg당 4762원에서 이달 6일 6614원으로 38.9% 오른 상태다. 닭과 오리의 경우 사룟값 인상 외에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도 있었다.
현재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이 높은 이유는 사료에 쓰이는 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생산비 상승으로 사육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공급이 감소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육류 수입량이 감소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사룟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농가들이 돼지와 닭 등의 사육 마릿수를 줄여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마리당 키우는 데 드는 비용, 즉 생산자부담이 늘어난 영향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료 가격도 문제지만, 도축업계 인건비와 폐기물 처리비, 운송비, 중간상 유통마진 등 다른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며 “사료 가격 인하 후 육류 소비자가격이 얼마나 인하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한국사료협회에서 배합사료 제조업체 8곳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농식품부는 곡물 가격 하락분을 배합사료 가격에 조기 반영해 달라고 업체들에 촉구했다.
사료용 곡물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1분기부터 급등했으나, 우크라이나 외 주요 수출국인 브라질과 미국 등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안정됐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옥수수 수입 가격은 지난달 기준 1t당 337달러로 전년보다 5.3%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된 닭고기의 가격안정을 위해 육계 계열회사 병아리 추가입식, 대형마트 할인행사, 할당관세 등을 통해 삼계 공급을 확대하는 등 성수기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상반기 동안 6만 톤(약 9000만 마리 규모)의 냉동 닭고기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했는데, 이달부터 3만 톤을 추가할 계획이다. 무관세로 수입 닭고기 공급을 늘려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외식가격은 한동안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식재료 이외의 경영 비용이 크고 영업이익 자체가 적은 외식업의 특성 때문에 단기간에 식재료 물가 흐름과 연동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외식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느리게 반영되고 저마진 구조의 형태를 갖는다.
특히 임대료를 포함해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 제반비용이 모두 치솟아 메뉴가격 하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식은 주력 상품과 비주력 상품에 따로 구분이 있지 않고, 기업 대비 운영 규모도 작은 식당들이 소비자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할당관세를 통해서 공급의 안정화는 이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가격 안정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듯 하다”며 “할당관세로 국내 축산 및 양계업은 계속 어려움을 호소하고, 그것이 결국 다시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국내산 의존도가 높은 삼계의 경우는 오히려 가격이 올라 식당 가격을 낮추기는 더욱 어려울 것 같다”며 “결국 할당관세의 연장하고 유지하는 것은 기업들을 눈치 보게 만들어 가격 인상을 못 하게 하는 장치일 뿐, 가격 인하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