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가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대박’을 터뜨렸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히자마자 미국이 F-16 전투기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튀르키예에 낭보를 전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그동안 200억 달러(약 26조 원) 규모 F-16 전투기 현대화 및 추가 구매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나토 단합 훼방 ▲정권의 권위주의 성향 강화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 도입 전력 ▲이웃 국가 그리스 영공 침범 같은 영유권 분쟁 등을 이유로 미 의회가 튀르키예에 F-16 판매 승인을 가로막았다. 미국의 무기 판매는 국방부와 국무부 승인 후 의회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다.
지난 5월 28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사실상 종신집권을 확정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에 대통령으로선 F-16 전투기 현대화 및 추가 구매사업이 진전을 보이자 않아 속이 타들어갔다. 그런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 직전 스웨덴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큰 선물 보따리를 받게 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3자 회담을 가진 뒤 스웨덴의 나토가입 비준안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튀르키예 의회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그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유럽과 대서양 방위강화를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및 튀르키예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튀르키예와 스웨덴의 합의 직후 “행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다음 주 중으로 (F-16 판매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원래 미국 F-35 전투기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2019년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인 S-400을 도입하면서 전투기 판매금지 대상국이 됐다. 이후 튀르키예는 2021년 10월 미국에 F-16 40기와 기존 전투기 현대화를 위한 키트 구매를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결국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카드를 F-16 구매 과정에 활용해 뜻을 이룬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