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혜 의혹'에서 '민주당 인사 특혜 의혹'으로
국민의힘 "민주당게이트…군수 땅에 총리 땅, 실장 땅"
민주당 당황했나…김건희 특혜 의혹 제기만 거듭 반복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대안노선'이 김 여사 일가를 위한 것이라 공세한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향해 역공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문제 삼은 강상면 종점 노선(대안)은 민주당 주장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 검토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받은 민간업체가 제시한 안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논리대로면 문재인 정권이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 부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기획했다는 말인데, 정말 황당한 주장"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 5월 8일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서 고속도로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원안)에서 강상면(대안)으로 바뀐 것이 알려졌다. 김 여사 일가 땅이 강상면에 있어, 땅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의혹 핵심이다.
그러나 이날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의 원안 노선(양서면 종점) 인근에는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땅을 무더기로 매입했고, 주변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땅이 자리하고 있다.
윤재옥 "민주당 양평군수 게이트로 이름 붙이는 것이 더 합당"
국민의힘은 역공을 펼쳤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게이트'로 명명하고 싶다면 민주당 양평군수 게이트로 이름 붙이는 것이 더 합당하다"며 "언론 발표에 따르면 예타 발표 4개월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아내가 원안의 종점 인근 땅 250여평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양서면 종점, 강하 나들목(IC) 신설안은 한마디로 민주당 쪽 인사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며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군수 일가는 원안 종점 일대에 무려 14개 필지 1만68㎡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정 전 군수는 고속도로 예타 통과 발표 4개월 전에는 20년간 공터였던 집앞 땅 258평을 3억5000만원을 주고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지난 2021년 당시 양평군수와 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이 '강하IC' 설치를 요구하기 한 달 전에, 김부겸 전 총리가 강하면에 토지 617㎡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문재인 전 정권에서 과기부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영민 실장 부인 소유의 땅과 건물이 전 양평군수 일가 소유의 땅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리 가면 군수 땅, 저리 가면 총리 땅, 요리 가면 실장 땅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며 "양평에서는 '더불어민주땅'이냐, 이쯤 되면 '민주당 게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이 원안을 고수한다면, 그건 바로 '민주당 고속도로 게이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좌편향 언론 매체들의 가짜뉴스 데이터를 수집 중이며, 전부 언론중재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언론사에 민·형사상 책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 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향해 '괜히 의심 살 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을 향해 "김 여사 의혹 무차별 공세를 멈춰달라"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가지고 서로 말들이 많다"면서 "원희룡 장관의 고육지계(苦肉之計)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때 유의해야 할 고사성어가 있다"며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이 있다. 그걸 알면 해결책이 나온다"고 했다. 이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남에게 의심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광온 "백지화 소동은 총체적 국정 난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
한편 민주당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땅 보유 의혹에 대해선 일단 말을 아끼고,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제기를 반복했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이 문재인 정부 때 계획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엔 "사실이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더 확인해보고 말하겠다"고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및 신양평IC 설치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과 이 의혹 제기를 덮기 위한 백지화 소동은 총체적 국정 난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노선 변경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용역 결론이라는 여권 주장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새 정권(윤석열 정부)이 들어와서 타당성 조사의 상당 부분이 진행됐다"며 "이 정권 국토부의 관여 기간이 있었단 점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처가 땅 종점을 원한다. 일관된 '답정 처가'다. 이것이 심플한 본질"이라며 기존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원 장관을 출석시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상임위 질의에서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