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담금질’을 견뎌내고 월드컵 무대에 선 한국 여자축구가 콜롬비아에 예상 밖 완패를 당했다.
콜린 벨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2로 졌다.
전반 30분 페널티킥 허용으로 먼저 실점한 한국은 후반 39분 골키퍼 윤영글의 실책성 플레이로 추가 실점했다. 지소연, 조소현, 박은선 등 최정예 멤버를 투입해 만회골을 노렸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조 2위 콜롬비아에 이어 조 3위가 됐다. H조 선두는 ‘세계랭킹 2위’ 독일이다. 24일 H조 첫 경기에서 모로코를 6-0 대파했다.
콜롬비아전 패배로 남은 2경기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졌다.
사상 최고인 8강 진출을 노렸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피파랭킹 17위)은 첫 경기 상대 콜롬비아(피파랭킹 25위)를 잡아야 조별리그 통과가 순탄할 것으로 보고 국내 최종 평가전 상대도 ‘가상의 콜롬비아’ 아이티를 선택했다.
그러나 월드컵 첫 경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며 계획이 헝클어졌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 ‘첫 경기 무득점 전패’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하고 16강 탈락 위기에 빠졌다. 본선 진출국이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는 8개조 조별리그 2위까지만 16강에 진출한다. 2승이면 안정권이고, 최소한 1승1무1패를 해놓고 골득실 등을 따져봐야 한다.
패장이 된 벨 감독은 “선수들이 첫 경기에 대한 긴장이 컸다. 패배는 당연히 좋지 않다. 이렇게 해서는 이길 수 없다”면서도 “패배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 된다.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했다.
완패가 충격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벨 감독 말대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아직도 희망과 가능성은 충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서도 극적인 반전을 일으키며 사상 첫 16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 1차전 상대 브라질에 0-2로 졌지만, 2차전 코스타리카와 2-2 무승부를 이룬 뒤 최종전에서 스페인을 2-1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최종전 상대 독일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점을 떠올릴 때, 30일 모로코(피파랭킹 72위)를 상대로 다득점 승리가 필요하다. 독일에 6골 내주고 대패한 모로코를 대파하고 캐나다 대회 때처럼 최종전에서 ‘강호’ 독일을 상대로 승리 내지는 최소 승점만 챙긴다면 골득실·다득점까지 따져 16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살릴 수 있다.
2015 캐나다월드컵에서 활약했던 ‘황금세대’ 지소연-조소현이 건재한 가운데 월드컵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운 케이시 유진 페어 등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2000년대생 '될성 부른 떡잎'들도 벨호에 자리하고 있다. 개막 전 다졌던 각오가 꺾이지 않는다면 기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