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제주 반납률 27%, 4개 중 1개만 반납
예산 부족 등 반납기 설치 저조, 형평성 문제 해결도 관건
작년 12월부터 세종시와 제주시에서 시범운영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규모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대상으로 시행한 것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컵 반납기 설치도 미진한 상황이어서 전국 확대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4일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련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12월2일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세종시와 제주시의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율은 총 26.6%에 그쳤다.
이 기간 음료와 함께 팔린 보증금 컵은 세종시(37만1029개), 제주시(65만936개) 등 총 383만8690개였지만, 돌아온 컵은 102만1965개에 불과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 음료를 판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이 별도로 포함되고, 사용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작년 12월2일부터 세종시와 제주시 총 520여개 매장에서 시행됐다.
정부는 당초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운영한 뒤 개선점을 보완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조한 실적 탓에 당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 시행에 있어 필수적인 컵 반납기 설치도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자판기형 컵 반납기를 총 55대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4대 밖에 설치하지 못했다. 이에 환경부는 최근 기재부에 내년도 관련 예산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여전하다.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려는 보증금 제도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 카페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매장 규모가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회용컵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매장 외부 공공장소 등에 자판기형 반납기로만 일회용컵을 수거하기에는 소비자 불편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특히 평일 점심시간 등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매장이나 반납기 모두 반납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세종, 제주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반납률이 저조하고 반납기 부족, 가맹점주 반발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면서 “당장 반납기 공급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전국 확대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