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속 진행 잼버리 일부 행사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급변경
홈팀 전북현대, 예정된 2경기 일정 조정 불가피
전주 홈서 유독 강했던 전북의 홈팬들 강력 반발
‘승장’ 단 페트레스쿠 전북현대 감독은 이기고도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은 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전에서 2-0 완승했다. 경기 초반 폭우로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재용은 전반 14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날 승리로 승점 40점째를 쌓은 전북은 FC서울(승점38)을 밀어내고 K리그1 3위로 올라섰다. 전북은 인천을 제압하면서 승점 40점으로 FC서울을 끌어내리고 K리그1 3위로 올라섰다.
페트레스쿠 감독 부임 후 전북은 완전히 안정감을 찾았다. 직전 원정경기에서 포항에 1-2로 패하긴 했지만, 이전 5경기에서 4승1무 상승세를 그렸다.
홈 ‘전주성’에서 전북의 힘은 더했다. 전북은 최근 FA컵 경기 포함 홈 9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팀이 불안할 때도 홈팬들 앞에서는 꼭 승리를 거뒀던 팀이다. 선수들은 그만큼 홈구장에서 어마어마한 자신감을 품고 뛰고, 상대하는 선수들은 그 기세를 의식하며 부담을 안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6일 경기 킥오프를 앞두고 생각지도 못했던 소식이 들려왔다.
세계인들의 우려와 빈축을 사며 파행 속에 전북 부안서 진행 중인 ‘2023 새만큼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행사 중 하나인 K팝 공연과 폐영식 장소가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급변경됐다는 소식이다. 그로 인해 경기를 불과 3일 앞두고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2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6일 오후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기가 결정됐던 잼버리 K팝 공연은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고 알렸다.
박 장관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에서 대략 50여분 정도 거리에 있고, 무엇보다 안전관리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고 관리가 잘 되는 곳"이라며 "전북도와 전북도민 분들의 열정이 신속하게 이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북현대 구단도 6일 공식 SNS를 통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K팝 공연행사와 폐영식이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됐다. 따라서 다음 주 열릴 예정이던 전북의 홈 2경기에 대한 일정이 변경된다"고 밝혔다.
오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FA컵 4강 1차전(전북-인천 유나이티드), 12일에는 K리그1 26라운드(전북-수원삼성)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두 경기 모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안고 있다. K팝 공연과 폐영식은 무대 설치 및 해체 작업 등으로 며칠의 준비와 정리 기간이 필요하다. 결국 전북이 잼버리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모양새가 됐다.
6일 홈경기에서도 팀을 승리로 이끈 전북 페트레스쿠 감독은 홈구장 경기일정 변경에 대해 "정말 최악의 소식이다. 이해하기가 어렵다. 태어나서 겪어보지 못한 일"이며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홈팬들은 12번째 선수로서 정말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다. 그런 큰 힘을 등에 업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손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북 팬들의 분노는 컸다. 폭우 속에도 경기장을 찾은 1만여 명 관중들은 이 같은 결정에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 망치고!’ 등과 같은 날카로운 문구로 문체부와 전라북도를 비판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SNS를 통해 “축구장은 축구가 우선이다. 여기서 콘서트장이냐", "죽은 잼버리 때문에 축구가 밀려났다", "그날 장소와 시간에 맞춰 모든 일정을 조정한 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 불만을 쏟아냈다.
전북은 "갑작스러운 경기 일정 변경으로 팬들에게 혼선을 드려 양해를 구한다"며 "경기와 관련해 세부 사항이 결정되는 즉시 안내 드릴 것"이라고 공지했다. 전북은 홈과 원정 경기의 장소를 바꾸는 방안, 일정 자체 변경, 제3의 중립 지역 개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4년 마다 진행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야영 축제다. 국내 개최는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가진 '제17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이후 32년 만이다. 큰 기대 만큼이나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예상했던 폭염과 부실한 준비로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유쾌한 잔치가 되어야 할 잼버리는 악몽이 되어가고 있다. 그 불똥은 애꿎은 전주성에 튀어 축구팬들의 분노마저 일으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