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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km' 베테랑 류현진 앞에서 민망했던 광속구


입력 2023.08.21 06:53 수정 2023.08.21 06:5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직전 등판 때보다 더 떨어진 스피드로 신시내티 타선 압도

포심 패스트볼 평균 140.7km 그쳐도 장타 하나 내주지 않아

161km 찍은 신시내티 선발 헌터, 3이닝 동안 무려 5피홈런

류현진 ⓒ AP=뉴시스

베테랑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수준급 완급조절 능력은 화려한 광속구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각) 미국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펼쳐진 ‘2023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전에 선발 등판, 5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무자책) 호투 속에 시즌 2승(1패)째를 거뒀다.


지난 14일 시카고 컵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인상적인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된 것은 팔꿈치 수술 이전인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6월 왼 팔꿈치 수술을 하고 13개월여 만인 이달 초 복귀한 류현진은 4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했다. 어느새 평균자책점은 1.89까지 끌어내렸다.


최고 스피드가 143km에 그칠 만큼 류현진의 공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속도는 시속 140.7km 수준이었다. 직전 컵스전 때보다 떨어지는 스피드였다. 커브나 체인지업도 마찬가지다. 평소 스피드보다 3km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신시내티 타자들은 5이닝만 소화한 류현진 앞에서 7개의 삼진을 당했고, 장타는 1개도 뽑지 못했다.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체인지업이 빛을 발했고, 낙폭 큰 커브는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절묘한 볼배합도 좋았다. 커브를 던진 뒤 패스트볼이나 커터를 선택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괴물 루키’로 꼽히는 엘리 데 라 크루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류현진의 느린 커브(시속 106km)에 두 차례나 속으며 2개의 삼진을 당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을 때 올린 2득점(2회말)도 야수들 실책 덕에 나왔다.


류현진이 1사 1,3루에서 후속 타자를 상대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지만, 주자들 움직임에 대응하던 내야진의 뼈아픈 송구 실책 탓에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의 자책점도 아니었고, 해당 실점은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토론토는 4회초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9-2로 멀리 달아나 일찌감치 류현진의 승리를 예감했다.


헌터 그린 ⓒ AP=뉴시스

반면 '빅리그 2년차' 신시내티 선발 헌터 그린(24)은 100마일(시속 161km)짜리 광속구를 뿌리면서도 토론토 타자들을 막지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그린은 3이닝 동안 피홈런 5개 포함 10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9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패스트볼 스피드는 류현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슬라이더의 스피드도 류현진의 포심 평균 스피드에 근접할 정도다. 하지만 그린의 스피드는 토론토 타선을 누르지 못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공략한 토론토는 무려 5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주무기 체인지업 위력이 여전한 가운데 강력해진 느린 커브로 ‘더 느리게’ 패턴을 이어간 류현진의 투구는 광속구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구종과 절묘한 볼배합,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느린 공까지. 36세 노장 류현진이 MLB에서 왜 쉽게 끝날 수 없는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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