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시장 침체 ‘정면돌파’…하반기 경쟁력 회복에 속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8.22 07:12  수정 2023.08.22 07:12

편의점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 매년 내리막길

주종 다변화‧경쟁 심화 등으로 침체 가속화

사업 규모 축소‧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생존 모색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맥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한때 편의점 매대를 가득 채우던 수제맥주의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수제맥주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하반기 화려한 부활을 하기 위한 자구책 모색에 돌입했다. 사업 규모 축소와 다각화 등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시장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편의점 CU의 전년 대비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2019년 220%, 2020년 498%, 2021년 255%로 3년 연속 200%가 넘었다. 그러나 지난해 60.1%로 뚝 떨어진데 이어 올해 상반기 (1월~6월)에도 4.3%에 그쳤다.


수제맥주의 주요 유통채널인 편의점에서 고전하자 업계 대표주자들도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존 주류 업체들까지 일제히 가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판매 채널을 확보해도 도태되는 일이 잦아졌다.


2년 전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제주맥주’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고군분투했지만,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며 긴축정책에 돌입했다. 제주맥주는 현재 전체 임직원(약 120명) 40%에 대한 희망퇴직을 절차를 밟고 있다.


제주맥주의 경영실적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39억원으로 전년보다 16.8% 줄었다. 영업손실액은 116억원으로 전년(72억원)보다 61% 확대됐다. 제주맥주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IPO를 앞두고 있는 업계 매출 1위(327억원) ‘세븐브로이’도 매출이 반토막 났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6%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월에는 주력제품인 ‘곰표 밀맥주’의 상표 계약이 종료되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구미호 맥주’로 잘 알려진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카브루’ 역시 사업 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수제맥주 생산 공장 상색 브루어리를 처분했다. 연 600만캔의 캔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매각하면서 16%가량의 생산 능력이 줄어들게 됐다.


수제맥주 업계가 고전하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수제맥주에 몰렸던 수요가 엔데믹을 맞아 수입맥주와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이동하면서 타격을 입혔다. 기존 국내 주류업체들까지 전부 유흥에서 홈술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면서 어려움은 배가 됐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주세법 개정으로 가파르게 시장 규모를 키웠지만 편의점업계 및 이종업계와 협업 마케팅에만 치중하면서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제주맥주 양조장ⓒ제주맥주

수제맥주 업계는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실행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6월 외식 브랜드 ‘달래해장’을 운영하는 달래에프앤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식음료(F&B) 사업으로의 확장을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자체 브랜드력을 지닌 제주위트에일에 집중하면서도 배럴 시리즈, 제주 누보, 아티장 에일 등 마니아층이 형성돼 재구매율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새로운 미국 시장 개척과 동시에 과거 유럽이나 싱가포르 등 10여개 나라에 해오던 수출을 재활성화 할 계획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 과도기가 끝날 때까지는 광고·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대표 제품 위주로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리뉴얼된 곰표맥주와 달래에프앤비를 중심으로 매출 확장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1세대 수제맥주 회사인 카브루는 최근 하이볼 및 RTD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짐에 주목하고 그에 발맞춰 하이볼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GS25, 국내 위스키 장인 김창수 대표와 협업해 ‘김창수 하이볼’ 3종을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대표 캔맥주 구미호 IPA을 리뉴얼 출시할 예정이다. 패키징 변경을 통해 수제맥주 1세대 브랜드의 정통성을 표현하고, 카브루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음용성 부분을 개선해 소비자들이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제분과 분쟁을 끝낸 세븐브로이도 실적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븐브로이는 5월 곰표밀맥주 시즌2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최근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이어 수제맥주를 기반으로 리큐르부터 비알콜 영역까지 제품군을 다각화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표밀맥주’를 포함한 자사 브랜드 ‘대표’ 시리즈의 홍보 마케팅에 집중해 자사 브랜드를 강화하고,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던 해외수출을 본격 재개할 예정이다. 익산브루어리에서 위스키 생산에도 도전한다.


한편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반등을 이뤄내기 위해선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중요하지만, 정체성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양하고 풍성한 맛과 향이 기성맥주와 차별화되는 수제맥주의 정체성인 만큼 양질의 맥주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제맥주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결국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상표나 브랜드가 아니라 본연의 ‘맛’으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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