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예비후보 등록에 與는 '선 긋기'
조원진 "사면 후 출마? 국민 정서 악영향"
윤상현 "대통령 사면권 논란 번질 수도"
경쟁자들 나서며 지역선 내부 분열 우려
사면·복권 이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아직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전 구청장이 선제적으로 예비후보에 등록하며 당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뿐만 아니라 당의 판단을 기다렸던 다른 후보들도 잇따라 예비후보 등록에 나서며 내부 경쟁만 격화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앞서 복권이 확정된 후 "강서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김 전 구청장은 지난 18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에 등록하며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어 20일에는 화곡 2동과 4동·8동 일대를 둘러본 뒤 "김태우는 화곡을 마곡으로 만든다. 분명히 된다"고 자신의 정책도 적극 홍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메시지를 반박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노력도 했다. 김 전 구청장은 이 대표가 남창계곡 사고와 관련해 "규칙을 지키게 하는 공적 의지의 부재가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메시지를 내자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국회 뒤에 숨는 이 대표가 그런 공적 의지를 가졌는지 궁금하다"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김 전 구청장의 행보가 불편한 눈치다. 2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김 전 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을 했는데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오늘까지 (공천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과 사전 교감 없는 김 전 구청장의 독자 움직임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구청장의 움직임이 국민의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의 출마가 곧 윤석열 대통령의 시그널로 확대해석될 경우, 총선 전초전을 넘어선 대선 대리전으로 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개 기초단체장 보궐선거로 당은 물론이고 대통령 국정운영까지 영향이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공개적인 비토 목소리도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데 다시 나간다는 게 일단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 이번에는 쉬고 (내년) 총선에 투입(하는 것이 맞다)"면서 "만약 졌을 경우를 생각해 보면 당 공천뿐만 아니라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 있고, 야당이 또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같은 방송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기본적으로 초사법권 행위인데 사면되자마자 일주일도 안돼서 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했다는 것은 출마를 하라고 사면을 해준 식밖에 더 되느냐"며 "김 전 구청장 한 사람의 선거를 위해 사면을 해줬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독자적 행보는 내부통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전 구청장 외에 구청장 출마를 준비했던 다른 인사들은 그간 당 지도부의 공천 방침을 기다리며 후보 등록을 미뤄왔다.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이 선제적으로 나서자, 계속 인내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진선 국민의힘 강서병 당협위원장이 김 전 구청장과 같은 날 예비후보 등록을 강행하며 경쟁에 뛰어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의힘 지역 정가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강서구가 험지임에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우리는 통합에 성공했고, 민주당은 내부가 분열됐기 때문"이라며 "김 전 구청장이 지역 인사들과 충분한 상의나 양해 없이 질주를 하면서 되려 이번에는 우리가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구청장이 너무 욕심을 내서 무리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