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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尹 탄핵 집회' 방불…'오염수 방류' 임박에 野, 국회서 촛불 들어


입력 2023.08.24 00:30 수정 2023.08.24 07:2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끌어내라 일본놈" "윤석열 탄핵하자"

이재명 "동해가 일본해로 바뀌고 있다"

23일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촛불집회

"일본에 항의는 커녕 방관과 동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밤, 국회 잔디광장 둘레길은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에 잠식되고 있었다. 이수진(비례) 의원이 목이 쉬어라 "해양 투기 철회"를 외쳤으나 이를 함께 외치는 사람들은 행렬 앞 부분에 위치한 일부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행진이 이뤄진 20분 내내 외치고 있었다.


국회본청 앞 계단을 거쳐 국기게양대로, 의원회관 앞으로 향하는 동안 "탄핵하라"라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분명 전반부는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였지만, 행사가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고개를 돌리니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용산대첩' 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행진에 앞선 촛불집회에서도 '윤석열 퇴진', '망국적 친일야합 독도까지 바칠 텐가'라는 피켓 문구가 눈길을 끌었었다.


이날 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24일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것을 '원전 테러'로 지칭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은 전날부터 '1차 100시간 긴급행동' 돌입을 선언하고 임박한 일본의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일본의 방류 결정에 따라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대응 의지를 다지기 위해 국회 경내에서 진행됐다.


당초 민주당 의원, 보좌진, 당직자, 수도권 지역위원회 시·구의원 및 권리당원 등 1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언뜻 봐도 1000명은 넘는 규모의 인파가 국회를 찾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국회본청 계단을 가득 메우고 계단 주위 잔디밭에도 자리를 잡았다. 친명 성향의 단체로 분류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물론 '잼칠라보호연맹'의 깃발도 눈에 띄었다.


리허설의 사회자는 배부된 우비를 입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날 집회의 이유를 "비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촛불로는 실제가 아닌 모형 LED 전구가 사용됐다.


집회 직전 국회 잔디밭 한쪽에서는 파란 두건을 착용하고 '독도는 한국땅' 이란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율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집회에서는 '조선총독부' '일본해와 백두산' '봉기'와 같은 강도 높은 단어들도 등장했는데, 이 퍼포먼스는 앞으로 이러한 상황들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 전초전의 성격과도 같이 여겨졌다.


촛불집회 시작 때 강우 쏟아지자
"하늘도 울분이 터지나보다" 하더니…
집회 도중에 비가 소강상태 보이자
"우리의 의지가 비를 멈추게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 국민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정주 의원은 "원래 일기예보에는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다는 말이 없었다"라며 "하늘도 우리 마음처럼 울분이 터지나보다"라고 본격적인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유 의원은 참가자들을 향해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기어이 바다에 투기하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 항의는커녕 방관과 동조를 하는 윤석열 정부를 더이상 좌시할 수 있겠는가"라고도 물었다.


폭우 속 열린 촛불집회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즉각 철회하라'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죄하고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철회하라'라는 3창을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내자. 바다는 핵쓰레기장이 아니다. 모두의 바다를 지켜내자'라는 구호도 국회 경내를 가득 채웠다.


이재명 대표는 촛불집회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바뀌고 있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 대표는 "아마도 언젠가는 애국가를 '동해물과 백두산'이 아니라 '일본해와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 되지 않을까 정말로 걱정이 된다"라며 "지금 윤석열 정부처럼 일본의 요구에 이렇게 맥없이 끌려가는 것은 물론 일본의 이 무도한 패악질을 도와주고 지원한다면 그런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은 암울한 생각이 든다. 반드시 막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의 연설 도중,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끌어내라 일본놈" "탄핵하자"라는 외침을 이어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국민 여러분, 비가 와도 이겨낼 수 있느냐. 바람 불어도 이겨낼 수 있느냐. 비가 와서 좀 불편한가. 우리의 의지가 비를 멈추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100년 전 대한민국 영토를 침략했다.그리고 해방 이후에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역사를 침략했다"라며 "그리고 이제 환경을 침략했다. 여러분은 용서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 정부의 승인으로, 사실상 양보로, 대단한 환경 재앙, 미래에 우리 세대를 위협할 환경 재앙의 선택을 했다"라며 "오늘 이 의지와 결의로 일본의 반문명적이고 반인류적이고 환경파괴적인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철회시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내내 우리나라·일본 치환 오락가락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총독부 아니다"
반면 "일본 에도 시대 같으면 봉기 일으
켰다…윤석열 정권 용서하면 안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집회에 참여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후쿠시마 어민과 관계자는 지금 분노에 차있다"라며 "기시다 총리가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앞장서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일본 에도 시대 같으면 농민들이 그러한 중앙정부의 행태에 대해선 봉기를 일으켰다"라면서 "기시다 정권에 협력하려 하는 윤석열 정권을 절대 용서하면 안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급기야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총독부가 아니다"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우 의원은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슨 국익이 있는지를 설명하지도 않고 일본의 뜻대로 일본 뜻을 쫓아가는 윤석열 정부를 역사에서는 멍청한 정부, 바보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 생각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우 의원은 "우리가 정의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 국민의 뜻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역사는 정의롭고 늘 진보하고 발전한다는 진리 때문"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 같은 연설에 환호를 보냈다.


이날 서울·경기 지역 청년비례의원들도 대국민호소문 낭독을 통해 "심지어 일본 정부가 해양투기를 결정하자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정부가 투기에 찬성한 건 아니라는 어이없는 반응을 내놨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노는 아랑곳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는 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규탄했다. 결국 촛불집회 내내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로 단정 지어지고, '탄핵을 해야 한다'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외침도 그치지 않았다.


한편 촛불집회를 마친 민주당은 당장 24일 오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오염수 방류에 따른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24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 방향을 조율 중이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른 것이다. 이어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까지 행진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전하고, 오는 26일에는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총궐기대회에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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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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