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부·여당은 일본과 공범…지탄 대상"
與 "민주당, 총선용 '반일감정' 계획 꼬여"
외신 "韓 양극화 심화…한미일 관계 위협"
전문가 "결국 피해자는 수산업자와 국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처리수' 표기) 해양방류가 결정된 24일까지 우리 정치권이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분열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은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촉발한 대립이 국민정서까지 갈라놨다고 보도했고, 전문가는 정치권이 국민에 공포심만 조장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총과 칼로 태평양을 유린했다면 이제는 방사능으로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꼴"이라며 "역사는 2023년 8월 24일 오늘을 일본이 인류에게 또다시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는 '핵 오염수 투기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핵 오염수 투기 범죄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면죄부를 줬다"며 "일본과 핵 오염수 투기의 공범이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정권이 우리 국민과 바다를 포기했다면, 우리 민주당이라도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이 국제적 이슈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으로 돌리는 이유에 대한 해석도 나왔다. 내년 총선 직전 '반일감정'을 유발하려던 계획이 꼬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8월 오염수 방류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일본이) 내년 1월쯤 방류해야 되는데 지금 방류해 화를 내는 것"이라며 "총선 전에 방류를 해야지 선거를 '한일전'으로 몰고갈 것 아닌가. 실제로 민주당 원내대표가 '굳이 방류하려면 1월까지는 보류해라' 이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에 최소 6개월 간의 방류 보류를 촉구한 바 있다.박 원내대표는 이 기간동안 '안전한 처리 방안 확인 시 이로인해 발생하는 재정비용을 주변국이 지원'하고, 보류기간 종료 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 청구 등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사람이 왜 6개월 보류를 해달라고 하느냐"며 "내년 1월쯤 방류하는 게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제일 좋기 때문에 그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를 향해 '환경재앙의 주범'(민주당), '총선용 반일감정 선동'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보다 대립각만 세우는 모습은 외신이 주목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공포심리를 조장한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현지시각) 4면 전체에 '일본의 방류가 한국을 양극화(polarizes)시킨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의결이 양극화가 심한 한국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오염수 방류 계획에 동의했고, 이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계속되는 오염수 방류 찬반 논란은 최근 한·미·일이 강화한 협력 관계의 진전을 복잡하게 만드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태평양 전쟁'을 언급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으로 정치가 국민의 걱정을 공포로 진화시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심어주는 과도한 공포감에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수산업과 어업 종사자들, 나아가 상당수의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이날 오후 방류하기 시작함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을 위한 특별안전조치 4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4법은 △농업재해대책법 △농수산 원산지 표시 강화 △재난관리기금 마련으로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어업인 등 지원 △원전 방사능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금지 등이 골자다. 당은 의원총회 종료 직후 국회 의안과에 해당 법안들을 접수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오늘 당론으로 채택된 특별 4법을 가장 중점적인 법안으로 지정했다"며 "빠른 시일 내 국회에서 논의되고 처리될 수 있도록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