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극히 드문 '마지막 회의'
"마무리 멘트 한 적 있었나" 자축
비판에 머물지 않고 법안 발의키로
기부 공제혜택 확대…자생력 유도
하태경 의원이 이끈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가 정치권에서는 극히 드문 '마지막 회의'를 하면서 막을 내렸다. 정부보조금에 목을 매 사실상 '정치단체'화 됐던 관행을 차단하고, 대신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에 대한 공제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시민 없는 시민단체'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성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마지막 회의'를 열고 활동을 마감했다. 회의에 참석한 서범수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요청받자 "특위 여러 번 했지만 마무리 멘트를 한 적이 있었나 싶다"며 웃었다.
실제로 여야 정당에서는 매달 수많은 특위와 TF가 생겨나지만 '마지막 회의'를 갖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국 현안이 터져 특위·TF가 급조되면, 첫 회의에는 당대표나 원내대표를 모셔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태에서 첫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정치권의 화제가 전환되고 쟁점이 바뀌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활동이 소멸된다. 전형적인 용두사미(龍頭蛇尾) 현상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체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체제'도 출범 이래 당 특위와 TF를 각각 수십 개씩 출범시켰다. 한 명의 의원이 수 개의 특위와 TF에 소속된 경우가 흔해, 의원 본인조차 본인이 활동한 특위와 TF를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가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출범 이래 내실 있는 활동을 보이며, 극히 드문 '마지막 회의'와 '마무리 발언'으로까지 '골인'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하태경 위원장의 존재가 꼽힌다.
하태경 위원장은 지금은 3선 의원이지만 한때 본인 스스로 시민단체에 몸담고 활동하거나 유사한 성격의 단체를 이끌었다. 사회생활 첫걸음을 통일운동단체의 정책연구원으로 시작했으며, 정계 입문 전 열린북한방송이나 북한 반(反)인도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를 이끈 경험이 있다.
류성걸 의원은 "특위가 지난 5월 31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12차 회의까지 3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열두 차례의 회의를 하며 쉼없이 달려왔다"며 "그간 특위를 내실 있게 운영해주고 관련 사항을 압축적으로 운영해준 하태경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만희 의원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막연한 주제 같아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회의를 진행할수록 하태경 위원장이 큰 카테고리를 잘 정리해줬다"며 "특위는 열두 번째 회의를 마지막으로 종결되지만, 문제점만 지적한 게 아니라 앞으로 건전한 시민단체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법안으로 발의할 수 있게 돼서 더더욱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는 작금의 이른바 '시민단체'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으로 머문 게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 입법 성과로 나아가기로 했다.
비영리단체법·보조금법·법인세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하기로 했는데, 법안에는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를 장려하기 위한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존 행태를 근절하고, 대신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통한 자생력 갖추기를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하태경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의 세대교체 시기가 다가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586 주도의 이념형·진영형 시민단체의 시대는 저물고, 시민의 권익을 옹호하는 새로운 시민단체의 시대가 오는 것"이라며 "우리들은 새로운 시민권익보호형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약속한 법안을 조만간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