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대만 지지할 만큼 대담하지 않아" 비판
클레벌리 외무장관, 왕이 초청으로 5년 만에 訪中
영국 하원이 ‘정치적 금기’를 깨고 처음으로 대만을 ‘독립국가’로 공식 언급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의 베이징을 밤문하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대만은 이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는 국명을 사용하는 독립국가(independent country)”라며 “대만은 오직 국제사회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을뿐 영구적인 인구와 정의된 영토,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등을 포함해 국가로 볼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영국 정부를 향해 “대만을 지지할 만큼 대담하지 않다”고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를 공급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행동과 경제 봉쇄를 막기 위해 정부가 동맹국들과 함께 제재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클레벌리 장관은 대만의 자결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리시아 키언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영국 의회 보고서가 대만을 독립 국가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베이징 방문에 나선 클레벌리 외무장관을 향해선 "대만의 자결권을 지지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식 언급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제사회에서는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이 워낙 민감한 탓에 ‘정치적 금기’로 여겨진다.
특히 클레벌리 장관이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의 초청으로 지난 2018년 제러미 헌트 당시 외무장관 이후 5년 만에 공식 중국 방문에 나선 시점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영국과 중국관계는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 총리 시절 악화 일로를 걸었으나, 지난해 10월 들어선 리시 수낵 내각은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을 광범위한 “위협”으로 부르는 것을 중단하고 “시대를 바꾸는 체계적인 도전”으로 칭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의회가 중국의 ‘역린’을 건드려 그 파장이 주목된다.
영 하원의 보고서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며 촉구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공인된 국제관계 준칙이자 중국, 영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며 "영국 의회의 관련 보고서는 시비가 전도된 것이고, 흑백이 섞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영국 의회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발신하는 일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며 "영국은 대만 문제에 관해 했던 정치적 약속을 이행해 중·영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한정 국가부주석은 이날 클레벌리 장관을 만나 "상호 존중과 실무 협력으로 중국과 영국 관계가 새롭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국과 중국이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면 회동을 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에 직면한 도전과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