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해임건의안 제출하고 대통령실 앞 시위
박광온 "尹, 지금 국정기조와 인사 폐기하라"
윤재옥 "단식 관련 출구 전략 참으로 고약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에 정부·여당이 출구 전략을 섣불리 열어주지 않자, 민주당 발(發) 대여 투쟁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단식 종료 명분으로 국정 쇄신과 전면 개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 투쟁으로 규정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명분을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출구 전략이 예상대로 풀려가지 않으면서, 단식 장기화의 불똥만 애꿎은 한덕수 총리에게 튀는 모양새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박광온 원내대표는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면 지금의 국정 기조와 인사·시스템을 모두 폐기하라"라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이미 법치와 상식, 보편적 가치의 위험선 등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라고 맹폭함과 동시에 "국무총리 해임을 포함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총리 해임안도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직후 국회 본청 의안과에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날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을 통해 △10·29 이태원 참사 △잼버리 파행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과정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등을 거론하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내각을 통할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그 자질과 역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조준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외교와 국방, 민생과 경제, 민주주의 등 모든 분야에서의 퇴행과 총체적 국정난맥에서 벗어나 당면한 국가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한 총리를 필두로 내각의 전면적 개편이 시급하다"라고 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잔인하고 비정한 시대"라고 발언한 데 이어,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시위도 진행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 국정 전면 쇄신 및 내각 총사퇴 촉구 인간띠 잇기 피켓시위'에 참여해 "우리들이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생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는 일에 힘을 모으겠다"라며 대정부 공세를 지속했다.
민주당으로선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고 이 대표를 향한 체포동의안까지 추석 전 표결대에 올라설 가능성이 생겨 '겹겹이 악재'에 처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총리의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것이 민주당의 실질적 '돌파구'가 되기보다는 '정치적 공세'에만 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역대 7번째이자 윤석열 정부로는 최초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대상자가 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거부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엔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을 시도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168석)을 가져 단독으로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의결할 수 있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국회법에 따라 오는 20일 보고, 이후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예상된다. 해임건의안과 함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함께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민주당이 한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서 정국이 다시 급랭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부와 검찰에 대한 총력 투쟁을 선언한 것에 대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까지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에만 해도 이 대표가 단식 19일째에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됨에 따라 정쟁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부디 건강을 회복한 뒤 이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 자리로 돌아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비롯 민생을 챙기는 데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라며 "다시 한번 이 대표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각 총사퇴와 한 총리 해임건의 추진을 재차 언급하자,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민생은 내던지고 정치 투쟁에 나서겠다는 그런 의도로 보인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민주당은 현재 가지고 있는 의석 수로 해임건의안이든 특검이든 민주당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168석이나 가진 제1야당이 내놓은 단식과 관련된 소위 출구 전략이 참으로 고약하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 총리는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과 관련해 "국회에서의 모든 절차가 있을 테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