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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합의 지지부진…권역별·병립형 비례제 대안될까 [총선 쟁점은 ⑧]


입력 2023.10.03 06:00 수정 2023.10.03 13:13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여야, 중·대선거구제 접고 소선거구제 가닥

'위성정당' 초래했던 준연동형 비례제 쟁점

與 "병립형 회귀" vs 野 "권역별로 확장"

비례대표 의원 정수 놓고도 여야 으르렁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2대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있지만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 합의는 요원한 상태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부터 정수까지 이견이 여전한 데다 여야 간 극한 대치 정국이 계속되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선거제도 합의의 마지노선을 10월로 설정했지만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빨라야 연말에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2대 총선 선거제도 논의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초 인터뷰를 계기로 탄력을 받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적극적으로 화답했고, 여야 의원 131명이 참여한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이 출범해 선거구제 개편에 힘을 실으며 속도감을 더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국회는 지난 4월 선거제도 개혁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헌정 사상 역대 세 번째이자, 지난 2003년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이후 약 19년 만의 국회 전원위원회 소집이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안건이었다. 전원위원회에 이어서 지난 5월에는 국민 여론 수렴 절차인 공론조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국회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민주당 돈봉투 의혹,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쟁점 법안의 강행 처리로 급격히 냉각되며 선거제 논의는 뒤로 밀렸다. 결국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중·대선거구제를 강조했던 민주당도 시기를 놓쳤다고 보고 소선거구제를 사실상 유지키로 입장을 정했다. 돌고 돌아 다시 원점이었던 셈이다.


이제 쟁점은 비례대표 할당 방식과 의석으로 좁혀지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실시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문제점을 노출한 만큼, 개정이 불가피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정당의 득표율 대비 과대대표되는 현상을 막고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입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민주당이 밀어붙였으나, 위성정당의 출연을 막지 못했고 양당제 심화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대표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례의원 정수는 현행 유지 혹은 축소 입장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의원정수 30명 축소가 가능하다"며 전체 의원정수 축소를 제안했는데, 이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석 축소 역시 피할 수 없다. 조경태 의원 등 일각에서는 전문성과 약자 배려라는 비례대표 제도의 당초 취지가 이미 상실됐다고 보고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수가 적은 정당에 비례대표를 보충해 주는 방식이다. 독일의 경우,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석 수가 유동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 국회는 비례의석 정수는 고정한 채 50%만 보충하는 '준연동형'을 취하고 있다. 병립형은 지역구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명분으로 준연동형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전국을 북·중·남 3개의 권역으로 나눠 선출하는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의석수 역시 증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여야는 명절 연휴가 끝나는 대로 양당 원대수석과 정개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4인 협의체를 가동해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양당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첨예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및 여야 대치 정국으로 당장 급물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양측이 한 발씩 물러나 절충점을 찾는다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타결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은 의원정수 축소를 양보하고 민주당은 준연동형을 포기하는,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의 룰은 반드시 여야 합의로 이뤄져야 지난번 위성정당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각각 받아들이는 형태로 한 발씩 양보한다면 선거제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서로 고집을 부린다면 연말까지도 결과물을 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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