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통합위 '노년특위' 출범식 개최
"내 자리만 가운데 넓게 하지 마시라"
모두발언 전 최근 여론 의식한 듯 농담
윤석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이하 노년특위)'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김한길 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는데, 최근 자신을 둘러싼 역할론을 의식한 듯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져 주목도를 높여가고 있다.
통합위에 따르면, 이날 출범한 '노년특위'는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포함해 학계·현장·언론 분야 14인의 전문가가 활동한다. 특위는 수차례 준비TF 및 전문가 회의를 거쳐 △다세대 공존 사회 △배우고 기여하는 노년 △건강한 노년 △함께 일하는 사회라는 주된 방향을 도출했다.
우선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나이에 따른 차별 해소방안을 통해 세대 간 벽을 낮추고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또 '노년 문제 해결이 곧 청년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청년 위원이 참여해 미래 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계획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역할론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던졌다.
그는 모두발언 전 사전환담에서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의견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원래 특위 위원님들을 한 분씩 줄 서 가지고 위촉장 드리고 그랬는데 그런 장면이 좀 쑥스러워서, 그리고 또 받는 분들도 쑥스러우실 것 같아서 생략하고 특위 위원장 것만 드리고 나머지 분들은 그냥 자리에 놔드리는 것으로 하겠다. 잘했느냐"고 장내 분위기를 환기했다.
곧바로 최근 여론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직원들이 위원장 자리를 가운데 넓게 배치하자 "나중에 또 우리 위원회 직원들에게 얘기하겠지만 이렇게 제 자리만 가운데 넓게 하는 거 하지 말라. 너무 눈에 띄면 유리할 게 없다"는 농담을 던진 것. 일견 위원장과 위원 간 지위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미로 들리면서도, 최근 계속되는 '윤석열 신당' 창당·비대위원장 선임 관측설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한길 통합위원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여권 내부에선 김기현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통합위 위원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극찬하면서 강한 신임을 드러냈다.
김한길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정계개편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힘을 실어준 김한길 통합위원장이 올해 안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거나 내년 총선을 총괄 지휘하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이날 특위 출범 회의를 주재하는 등 김 위원장은 외견상 통합위원장으로서 통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나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어디 가지 않는다"며 "동요하지 말고 통합위 본연의 업무를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통합이 우리 사회의 도약과 발전을 위한 미룰 수 없는 과업이자 시대정신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이처럼 사회갈등 및 양극화를 해소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특위'를 출범시키고 보여주는 활동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총선을 앞두고 그의 존재감을 더더욱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